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 제공=기업은행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 제공=기업은행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의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 인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최근 내부 출신 인사가 발탁됐으나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책금융기관의 구조상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가 최근 고위급 인사를 시작함에 따라 기업은행 후임 행장 인선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1급 인사와 금융감독원 간부 인사가 마무리되면 금융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행장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선출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르면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최종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한다.

실적만을 보면 김 행장의 연임을 관측하는 시각에 무게가 실렸다. 상반기 지배주주순이익은 1조50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해 반기 기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취임 직후인 2023년에는 역대 최대인 2조675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이에 육박하는 순이익 2조6738억원의 호실적을 거뒀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의 정체성인 중소기업 지원에도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상반기 기준으로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58조500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은 24.43%에 이른다. 김 행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특히 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지속 확대해 올해 상반기 은행권 전체 중기대출 순증액의 83%를 담당하는 등 중기금융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내부통제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퇴직 직원이 기업은행 현직 직원들과 공모해 부당대출을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최초 피해 규모를 240억원이라고 발표했으나, 금감원 현장 조사가 진행되면서 규모가 8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김 행장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사적 쇄신 조치에 나서 '금융사고 제로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3월에는 16건의 쇄신안을 발표하고, 7월에는 이 가운데 13개를 마무리하며 신속히 대처했다. 쇄신안의 지속 추진을 위해 모든 직급의 인사를 한 번에 단행하는 ‘원샷(One shot)’ 전통에서 벗어나 부행장급 인사 이동을 뒤로 미루기도 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취임 이후 순이익 변화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취임 이후 순이익 변화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그러나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행장을 포함해 27명에 이르는 역대 기업은행장 가운데 임기를 연장한 사례는 2차례에 불과하다. 결정적으로 김 행장 본인이 스스로 연임에 대한 뜻이 없음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관심은 기업은행 내부 인사의 발탁 가능성에 몰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과거 조준희·권선주·김도진 등 세 명의 내부 출신 행장이 연속으로 선임되며 '내부 DNA'가 강한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윤종원 전 행장이 임명되자 당시 노조는 관료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취임 첫날 본점 진입을 저지하는 등 갈등이 표면화했다.

당시 정부는 전문성과 자격을 고려한 인사라고 방어했지만, 내부 안정성 논란은 한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내부 인사가 선임되면 조직 안정성과 현장 대응력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외부 인사가 올 경우 변화와 혁신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금융당국과의 정책 연계가 강화되고, 리스크 관리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재정비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내부 인사로는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글로벌사업부장, 경영지원그룹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IBK맨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 2023년 인사에서 전무이사로 승진한 뒤 김성태 행장을 보좌하며 주요 의사결정 라인에 포진해 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이사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서 대표는 상업투자은행(CIB) 그룹장 등을 맡은 기업금융 전문가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경험까지 갖춘 인물이다. 이외에도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도 내부 출신 중 언급된다. 세 인물 모두 정책금융과 중기금융 실무 경험을 갖췄다는 점에서 조직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다만 외부 인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기업은행장 선임 절차를 고려할 때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 낙점될 여지도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사고와 부당대출 사건 등을 감안하면 ‘조직 쇄신형’ 외부 인사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찌감치 '낙하산 반대' 입장을 밝힌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인사 선임 시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노조는 지난 역대 인사 때마다 "정책은행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외부 낙하산 인사 관행은 중단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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