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공장 풀가동 효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완성형 위탁개발생산(CDMO) 체제'를 입증했다. 생산 효율화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 호조가 맞물리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와 인적분할을 앞둔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향후 수주 안정성과 밸류 재평가가 최대 관문으로 떠오른다.
4공장 풀가동, 최대 실적 경신 어게인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결기준 3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1조6602억원, 영업이익 7288억원, 당기순이익 57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9%, 115.3%, 117.2% 증가했다.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와 비교했을 때도 각각 5.6%, 33.9%, 38.8% 상회한 수치다. 누적 실적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1%, 70.1%, 67.3% 올라선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완성형 CDMO 단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4공장이 본격적으로 풀가동되며 생산 효율성이 극대화됐고, 이에 따라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별도 영업이익률 50.4%를 기록하며 고정비 부담이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생산 캐파(CAPA)가 안정화된 가운데 수익 구조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하며 분기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는 1~4공장이 모두 상업생산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대형 글로벌 제약사 중심의 수주 확대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본다. 증권가에서는 생산 효율화가 완전히 궤도에 오른 분위기 속에서 향후 5공장·6공장 증설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 기여도도 이번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300억~400억원으로 추정되는 미국 론칭 마일스톤과 바이오시밀러 판매 확대가 외형을 키우며 연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특히 테바향(向) 제품 판매가 본격화되고 다국가 진출이 확대되면서 매출 성장세가 강화됐다는 분석이 수반된다. 원·달러 환율 강세와 내부거래 축소 등 외부요인도 수익성 개선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관세·분할 앞둔 불확실성 속 수주 질주

증권가에서는 관세와 분할이라는 두 가지 이벤트가 '마지막 이벤트'로 작용하겠지만, 해소 이후에는 실적 모멘텀이 다시 주가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는 리포트를 통해 분할 이후 6공장 착공 및 미국 현지 생산기지 확보 여부가 중장기 밸류 리레이팅의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단기 조정 국면을 거치더라도 대형 수주와 안정적 실적이 주가 하방을 방어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이같이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을 변수로 지목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와 생물보안법 시행 가능성이 맞물리며 글로벌 위탁생산(CMO)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해당 조치가 중국 CDMO 업체를 직접 겨냥하고 있지만, 공급망 재편 여파가 비(非)중국권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대형 제약사들이 듀얼소싱을 확대하고 있어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중국 대체 생산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불안정한 대외환경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형 수주를 잇달아 확보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다. 회사는 올해 초와 지난달 각각 유럽·미국 제약사와 2조원·1조8000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했고, 일본 10대 제약사 중 네 곳과도 CMO 계약을 새로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올해 누적 수주액은 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음달 예정된 인적분할 역시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회사는 10월30일부터 11월21일까지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11월24일 재상장에 나선다. 분할 이후에는 CDMO 사업을 담당하는 존속회사(삼성바이오로직스)와 투자·신사업을 맡는 신설회사(삼성에피스홀딩스)로 나뉜다. 시장에서는 분할 직후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본업의 수익구조가 뚜렷한 만큼 재상장 후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6공장+미국 진출로 완성형 체제 가속

증권가에서는 분할 이후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은 25~30% 수준으로 점쳐진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대형 수주가 이어지고 생산효율이 안정화된 만큼 내년에는 5공장 가동률 상승과 함께 실적 외형이 한 단계 더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고객사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 이후에도 성장궤도를 유지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핵심은 '6공장 건설'과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다. 회사는 연내 6공장 착공 시점을 확정하고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지 생산시설 구축 여부도 검토 중이다. 미국 내 CDMO 인수 또는 신규 공장 설립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
업계는 미국 공장 설립은 높은 인건비와 건설비 부담이 예상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듀얼소싱 수요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공급 안정성과 고객 확대에 유리하다는 분석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 정책과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중국계 CDMO 의존도가 낮아지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북미권 대체 생산기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분할 이후 경영구조가 안정화되면 본격적인 글로벌 투자 로드맵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선 DB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미국 제약사와 1조8000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 누적 수주계약은 약 37억달러에 달하는 등 지난해의 약 86%를 달성했다"며 "현지 생산시설 부재에도 수주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기만 구체화되지 않았을 뿐 6공장 설립은 잠정 결정된 상황"이라며 "지금은 미국 의약품 관세와 생물보안법의 연내 시행 여부가 중요한 이슈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 방향에 따라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현지 공장 설립·인수에 대한 의사결정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