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29일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된 것에 대해 정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는 관세 인하를 계기로 미국에 약 26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무뇨스 대표이사는 30일 경주 APEC 정상회의 현장에서 작성한 자신의 링크드인 페이지 글에서 “관세 인하로 우리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같은 신기술, 더 나은 배터리, 더 긴 주행거리, 그리고 더 합리적인 가격의 전동화 차량에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차그룹이 2028년까지 미국에 260억달러(약 36조9824억원)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2030년까지 우리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80%를 앨라배마나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48조286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5.8% 감소한 3조6016억원을 나타냈다. 북미 시장의 판매 호조와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올랐지만 미국 관세 영향 본격화와 글로벌 인센티브 증가 등으로 인해 손익이 둔화됐다.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는 올 7월 자동차 관세를 15%로 맞추자는 합의를 했다. 하지만 후속 합의에 난항을 겪자 자동차 관세는 그동안 15%가 아닌 25%로 유지돼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미국 수출에 악영향을 줬다. 현대차는 당시 관세 등 통상 환경의 변동 방향성에 따른 손익 영향 등이 향후 경영 활동의 리스크를 줄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냈다.
하지만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현대차는 실적 반등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현대차는 현재 조지아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공장에서 아이오닉5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HMGMA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도 생산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이 계획이 연내가 아닌 2026년 2분기 이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관세 15% 인하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를 약 5조3000억원으로 내다봤다. 만약 미국에서 판매되는 연간 30만 대의 현대차그룹 차량이 한국 생산 수입물량이 아닌 미국 현지 생산물량으로 대체되면 현대차그룹의 관세 부담은 3조7000억원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30일, 기아는 31일 각각 3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세 인하 발표가 현대차 실적 발표 하루 전에 발표된 만큼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도 2분기처럼 전년 대비 감소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계 전체적으로 이번 관세 15% 결정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북미 시장에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을 수출하는 GM 한국사업장은 30일 “미국과 한국 간 무역 협상에서 양측 협상대표들이 합의에 도달한 것을 환영하며, 양국 정부에서 공유할 세부 내용을 면밀히 주시할 예정이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