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29일 08시 49분 넘버스에 발행된 기사입니다.

 

연말을 앞두고 업계 빅3로 불리는 이지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신탁이 일제히 몸을 낮췄다. 경영권 이슈와 함께 사업 리스크가 맞물린 탓에 신규 자산 편입이나 확장 대신 방어적 기조를 보였다.

이지스와 마스턴은 지분 매각 절차에 돌입하며 의사결정 속도가 늦춰졌다. 코람코는 재무 부담과 당국의 제동 속에 조직 개편 작업이 멈춰섰다. 업계에선 대형 부동산 운용사들이 사업 재편에 들어가면서 내년 경영 기조와 투자 포트폴리오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지스 인수전 본격화…“매각 이후가 관건”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분 매각과 경영권 변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투자 포트폴리오, 신규 펀드 결성, 해외 투자 확대 등 중대한 의사결정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지스 인수전에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캐피탈랜드, 힐하우스캐피탈 등 4곳이 숏리스트에 올랐다. 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핵심 임원 인터뷰를 마친 후 이달 말 본입찰을 진행한다.

이중 한화그룹의 한화생명과 태광그룹의 흥국생명이 강한 인수 의사를 내비치면서 이지스 내부에선 엇갈린 기대감이 감지된다.

재계 6위 한화그룹의 핵심인 한화생명에 편입될 경우 안정적 자본력에 부동산과 건설 계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 확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태광그룹도 흥국자산운용과 흥국리츠운용을 중심으로 종합금융사로 도약을 추진하는 만큼 이지스가 사업 핵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태광그룹은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과 최고경영진들의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와 원활한 경영 승계가 맞물려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의사결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함께 개발하는 메트로·서울로 타워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2조1963억원 규모로 당초 만기였던 6월에서 9월로 브릿지론을 연장한데 이어 10월로 다시 미뤘다. 내년 1월 17일을 마지막으로 본PF로 전환하고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화냐 흥국이냐에 따라 향후 이지스의 성장 경로와 전략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인수 주체의 자본력과 사업 연계성이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마스턴, FI 유입으로 ‘공동 경영’ 새 국면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분 매각을 통해 지배 구조에 변화가 나타났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에이치PE)가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싱가포르계 사모펀드 운용사 CCGI, LF그룹, 다우키움그룹 등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PE는 마스턴이 발행한 신주를 50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기존 주주 지분도 200억원에 매입한다. 주요 주주는 최대주주 김대형 고문(32.5%), 에이치PE(최대 30%), 소액주주 등으로 재편된다.

에이치PE는 공동 경영에 참여해 경과를 지켜본 뒤 최종 인수를 결정한다. 현재 실사 단계에서 에이치PE의 마스턴 대표이사 선임권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최대주주가 추가 지분 매각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완전 매각하는 방향이 예상된다.

앞서 김 고문이 지난해 지분 10%를 매각하기 위해 복수의 원매자와 접촉하면서 경영권 매각 이슈가 불거졌다. 계열사 마스턴캐피탈도 매각을 추진했으나 최종 불발됐다.

마스턴 역시 정밀 실사 작업을 받는 가운데 내부 의사결정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 참여가 본격화되면 경영 전략 조율과 이익 배분 구조조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코람코, 대대적 조직 개편 후 리스크 관리 만전

코람코자산신탁은 LF그룹 내부에서 레버리지 확대에 대한 견제가 강해지고 부동산신탁 사업이 침체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LF그룹이 추진하던 리츠·펀드 중심 사업재편은 금융당국의 제동에 가로막혔다. 그룹은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리츠와 펀드 부문을 통합하고 신탁 부문을 분리하는 개편안을 검토했으나 인허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반대로 계획이 사실상 중단됐다.

당국은 신탁업 수익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율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의 계정 내 고정이하여신은 2589억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41.8%로 다소 높은 편이다. 코람코는 향후 신탁업 분리에 대해 당국과 추가 논의를 거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룹은 올해 초 코람코의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투자와 운용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지시했다. 리츠부문은 기존 1·2·3부문과 개발부문에서 리츠투자와 가치투자 부문으로 조직을 단순화했다. 부문 내 팀 구조도 전문성을 기반으로 중복조직을 통합해 투자조직과 펀딩조직, 자산관리(AM)담당 등을 기능별로 나눴다. 

핵심인 리츠부문은 주요 인력을 코람코운용으로 배치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했다. 리츠부문을 이끌던 윤장호 부사장은 자회사 코람코운용으로 자리를 옮겼고 장성권 리츠2부문 2본부 본부장 등 부문 내 일부 매니저들도 코람코운용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직접적인 신탁 분리가 어렵자 인력 이동을 통해 운용 전략을 새로 짠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업계 1·2위 업체의 경영권 매각이라는 굵직한 이슈가 마무리되면 새로운 경영 전략이 나올테고 자금 흐름과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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