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스오더 이미지/사진 제공=카카오게임즈
가디스오더 이미지/사진 제공=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신작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가디스오더'가 출시 40일 만에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였다. 개발사 픽셀트라이브의 자금난으로 예정된 모든 업데이트가 취소된 것이다. 퍼블리싱은 개발사의 게임을 대신 서비스·운영·마케팅하는 것을 의미한다. 

약 8개월 만에 선보인 첫 신작이었던 만큼,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카카오게임즈에는 뼈아픈 타격이다. 외주형 퍼블리싱 구조의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출시 40일 만에 좌초한 기대작

카카오게임즈는 이달 3일 오후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개발사로부터 자금 사정과 경영상의 문제로 예정된 업데이트 및 유지보수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서비스는 유지하되, 추가 콘텐츠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서비스에 차질을 빚은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며, 이용자분들이 피해가 없도록 이후 절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5일 예정이던 신규 캐릭터 ‘올렉' 업데이트와 12일 대규모 업데이트를 전면 취소하고, 인앱 결제 기능을 즉시 차단했다. 환불은 1:1 문의를 통해 개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당장 게임을 종료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향후 업데이트가 불가한 만큼 업계는 서비스가 종료될 것으로 관측한다. 

가디스오더는 ‘크루세이더 퀘스트’ 핵심 개발진이 제작한 2D 픽셀 기반 수집형 액션 RPG로 올해 9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동 전투를 배제한 수동 조작 전투 시스템과 도트 그래픽 감성이 특징이다. 2022년 지스타에서 공개된 이후 3년 만에 출시돼 이용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또한 카카오게임즈에게도 공백을 메우는 핵심 신작이자, MMORPG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장르 다변화를 시험한 프로젝트였다. 

가디스오더는 출시 직후 한국과 대만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흥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는 10월5일 54위에서 10월28일 167위로 하락했고, 무료 앱 순위에서도 1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달 3일 기준 가디스오더는 구글플레이 인기순위  200위권에도 들지 못한 상황이다. 

가디스오더는 확률형 보상 대신 '확정형 보상 구조'를 채택해 이용자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과금 유도력이 낮아 매출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콘텐츠 볼륨과 고난이도 도전 요소 부족도 이탈률을 높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카카오게임즈는 3일 가디스오더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사진=공식 커뮤니티 갈무리
 카카오게임즈는 3일 가디스오더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사진=공식 커뮤니티 갈무리

 

실적 부진 속 드러난 '퍼블리싱 구조'의 한계

이번 사건으로 카카오게임즈의 재무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3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10억원으로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매출이 약 1250억원으로 전년대비 34%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약 50억원으로 적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3분기 출시한 가디스오더의 실적이 기대 이하를 기록하고, 예정됐던 신작 라인업도 전면 연기되면서 한동안 적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으로 카카오게임즈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개발사 경영난에 좌우되는 퍼블리셔 의존 구조, 수익 모델의 불균형, 신작 공백 등의 과제가 동시에 노출된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자체 개발작보다는 퍼블리싱을 주 사업으로 해왔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이터널리턴', '가디언 테일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의 인기 게임 대다수는 외부 개발사 작품이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개발사로서의 역량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게임즈는 비게임 자산을 정리하고 확보한 자본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입하는 내부 리밸런싱(Internal Rebalancing)을 진행하며 개발사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상점을 계속 열어둘수 없다고 판단해 이용자 피해가 없도록 우선 조치를 취했고, 이후 절차는 내부에서 신속히 논의하겠다"며 “서비스사인 만큼 내년에도 나올 타이틀이 많아 라인업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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