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티아이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유티아이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세븐브릿지프라이빗에쿼티가 코스닥 상장사 유티아이에서 발행한 메자닌을 잇따라 인수해 관심을 받고 있다. 비교적 낮은 금리로 사들이는 대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함께 대주주가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면 동반매각참여권(태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규모가 작지 않은 데다 향후 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염두에 둔 조항이 있어 향후 움직임에 시선이 쏠린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세븐브릿지PE는 520억원 규모의 유티아이 5회차 전환사채(CB)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유티아이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커버글라스를 제조하는 강화유리 전문 업체다.

이번 CB는 세븐브릿지PE가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유티아이에 투자하는 메자닌 딜이다. 세븐브릿지PE는 올 7월 150억원 규모의 3회차 CB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52억원 규모의 4회차 교환사채(EB)를 매입했다. 이번 5회차 CB까지 포함하면 유티아이에만 총 722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세븐브릿지PE는 메자닌 인수에 다양한 PEF를 동원했다. 먼저 3회차 CB에는 2022년 결성한 1호 블라인드펀드 ‘세븐브릿지성장제일호’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를 활용했다. 이 PEF는 최다 출자자인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한 다수의 기관투자가(LP)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5회차 CB 인수에는 현재 결성 중인 세븐브릿지제6호유니크글래스PEF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 PEF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최다 출자자로 참여했다.

금리를 제외한 전반적인 조건은 투자자인 세븐브릿지PE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발행조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줄다리기에서 발행사가 낮은 금리를 매긴 대신 다른 옵션은 투자자 측에 유리하게 설정해 딜이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이자율은 표면 1%, 만기 3%로 책정됐다. 표면금리를 1%로 하되 만기금리를 보다 높게 설정하며 하방안정성을 다진 모양새다.

유티아이가 행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주주 측에서 지배력 방어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셈이다. 반면 투자자가 일정 시점 이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가져갔다.

여기에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주기 또한 7개월로 비교적 길게 설정됐다. 통상 3개월 주기로 전환가를 조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세븐브릿지PE가 전환시점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CB 모두 태그얼롱 조항이 포함된 점도 주목된다. 태그얼롱은 향후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투자자가 같은 조건으로 보유 지분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다. 통상 인수합병(M&A) 등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둔 투자자가 선호하는 조항이다. 이번 CB 또한 향후 유티아이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까지 감안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븐브릿지PE가 유티아이의 5회차 CB 인수를 마치면 298만주의 전환가능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올해 발행된 세 차례 메자닌을 모두 전환할 경우 지분율은 13.2%에 이른다. 반면 현 최대주주인 박덕영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17.8%에서 14.6%로 3%p 이상 낮아진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0.5%로 기존보다 3%p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티아이 관계자는 “태그얼롱은 PEF 대상 메자닌 발행에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조항”이라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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