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내년부터 매년 1조원 대 규모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할 예정이다. 광고·커머스 등 전 사업의 인공지능(AI) 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피지컬AI(로봇) 신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이에 따른 인프라 투자 비용 조절, 감가상각비를 상쇄할 실적 상승이 더욱 중요해졌다.
5일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OF)는 3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이후로 피지컬AI 공략 등 신규 사업 확대를 감안했을 때 GPU에만 1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해 GPU 구매 비용을 포함한 전체 인프라 투자 비용은 1조원대 규모로 책정했다. 내년부터는 GPU 구매에만 1조원 이상 비용을 집행해 연간 인프라 투자 비용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를 계기로 엔비디아로부터 GPU 6만장을 공급받기로 협의한 바 있다. 이에 관해 김 CFO는 "재무적인 여력이 허용되는 선에서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네이버는 GPU를 유형자산 중 기계장치로 분류한다. 유형자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가치가 감소하기 때문에 이를 회계상 비용인 감가상각비로 인식한다. 개인이 구매한 신차를 중고차로 되팔 때 가격이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유형자산 감가상각비를 모두 영업비용으로 반영하면서 회계상 고정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점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거대 설비·공장이 불필요한 인터넷 산업 특성상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여왔다. 설비 투자가 중요한 AI 시대에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려면 감가상각비를 상쇄할 정도로 매출이 더 늘어나야 한다.
네이버는 최근 1~2년 전부터 GPU 구매를 늘려왔던 터라 이미 인프라 비용 증가세가 뚜렷해졌다. 3분기 인프라 비용은 21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전 분기 대비 10.5% 증가했다. 인프라 비용은 전체 영업비용 중 8.5%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2조56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2%, 전 분기 대비 7.3%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18.2%로 전년 동기 대비 1.2%p 낮아졌다. 전 분기 보다는 0.3%p 늘어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비용 부담 증가에도 네이버가 GPU 투자를 지속한 이유는 AI 서비스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부터 '온 서비스 AI(전 사업에 AI를 적용해 서비스 고도화)' 전략을 택했다. 생성형 AI 시장 초기 AI 모델의 규모에 집중했지만 이제 AI의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다양한 AI 모델을 적재적소에 적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실적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서비스를 구현하는 핵심 인프라 중 하나가 GPU다.
이어 네이버는 로봇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피지컬AI 사업 확산을 준비 중이다. 이 일환으로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플랫폼을 공동개발한다. 현실 산업 환경을 가상 공간에서 정밀하게 재현해 스마트공장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날 최수연 대표는 "(피지컬 AI 공략을 위해)반도체, 조선, 방산 등 많은 제조업 파트너사와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3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보다 15.6% 늘어난 수치다. 네이버의 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06억원으로 전년 보다 8.6%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한 7347억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