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셔서 못 살겠다. 무신사는 흉물스러운 전광판을 철거하라.'
무신사가 서울 성수동에 들어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과 관련해 인근 건물 입주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폭 18m인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전광판이 강한 빛을 쏘자 맞은편 오피스빌딩에서는 "눈이 부셔 업무를 보기 어렵다"며 항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민원을 제기했다. 무신사는 밝기 조정과 콘텐츠 변경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입주사들은 “근본적 해결은 광고송출 중단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6일 방문한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의 외벽 전광판은 브랜드 광고를 반복 송출하고 있었다. 이는 맞은편 건물의 유리 외벽에 그대로 반사됐다. 맞은편 A건물 입주사들은 이 전광판 광고가 빛 공해를 유발한다며 업무에 실질적인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성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메가스토어 성수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개 층(연면적 2500평, 약 8264㎡)에 패션·문화·관광 기능을 결합한 복합 리테일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광판은 옥외광고물 관련 법규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설치됐다. 메가스토어 성수는 현재 내부공사 중이지만, 개장에 앞서 브랜드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무신사와 29CM의 광고 및 프로모션 콘텐츠를 24시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A건물 입주사들은 전광판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무신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 건물은 총 15층 규모의 오피스 중심 지식산업센터로 소유주만 70여명에 달한다. 입주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9월 말 내부의결을 거쳐 외벽에 항의 플래카드를 설치했고, 피해 사례를 취합해 구청에 민원도 접수했다.
현장에서 만난 건물 경비원 B 씨는 “낮에는 덜하지만 오후에 햇빛이 넘어가면 전광판 밝기가 더 강해진다”며 “유리창을 통해 빛이 그대로 들어와 회의나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예민한 직원들은 두통까지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등 뒤로도 빛이 비쳐 블라인드를 쳐도 컴퓨터 작업이 어렵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고 전했다.
빛 공해는 재산상 손실에 대한 우려로도 이어졌다. 운영위 관계자는 “전광판의 영향으로 임대료 하락, 공실 증가, 자산가치 하락 등 간접 피해가 우려된다"며 "실제로 임대공고를 내도 문의가 줄어 공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건물은 단일 소유가 아니라 지분 구조로 돼 있어 입장을 하나로 조율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무신사는 이 같은 민원을 인지하고 협의와 조정을 지속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평일 주야간에는 동영상 대신 정지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를 송출하고, 화면 밝기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눈부심을 줄이기 위해 화이트 배경은 배제하는 등 콘텐츠 구성도 조정했다. 현재 전광판 휘도는 초기 대비 절반 이상 낮아진 상태다.
그럼에도 양측 간 접점을 찾지 못하자 구청이 중재에 나섰다. 구청은 A건물 측에 경제적 보상, 블라인드 설치 등 다양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입주사들은 “밝기가 줄어도 눈부심은 여전하다"며 "광고 송출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입주사들의 요구를 금전적 보상을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인근의 한 건물 관계자는 “LED가 정면이 아니라 비껴진 각도로 설치된 점을 감안하면 피해 주장에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어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양측은 이달 14일 구청 담당자와 함께 빛 공해 대책을 위한 공식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설치한 시설이지만, 민원 발생 이후 구청 및 제기 당사자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해왔다”며 “이달 중순 협의에서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