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박준한 기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박준한 기자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이 해외에 콜센터를 차려 국내 투자자들을 속인 리딩방(주식투자 유도방) 사기 조직을 적발했다. 금융감독원과 서울경찰청은 6일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약 190억원 규모의 피해를 낸 일당 5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해외 기반 리딩방 범죄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공조 수사 사례다. 당국은 이를 계기로 불법 투자권유 행위에 대한 단속과 기관 간 정보공유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 조직이 지난해 5월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명 금융사나 증권사 이름을 사칭하며 "하루 30% 수익 보장", "전문가 추천 종목 제공" 등의 문구로 피해자를 유인했다. 피해자들은 가짜 투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투자금과 수수료를 송금했으며 대부분의 자금은 해외로 송금된 뒤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로 확인됐다.

조직은 캄보디아 현지에 콜센터를 두고 한국인과 중국인 인력을 분업화해 운영했다. 상담원, 기술지원, 대포통장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이어왔으며 국내 대포통장을 통해 자금을 세탁한 뒤 일부는 가상자산으로 전환해 추적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내부 제보를 통해 조직의 활동을 포착하고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금감원이 확보한 텔레그램 계정과 대화 내용, 피해자 송금 내역을 바탕으로 수사망을 확대했고 지난 10월 국내외 연계 계좌를 추적해 일당을 검거했다. 수사 과정에서 500여 개의 피해 계좌와 40여 개의 가상자산 지갑이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거점을 둔 불법 리딩방은 기존 주식형 사기보다 한층 진화한 형태"라며 "투자자 스스로 '원금 보장', '고수익 확정' 문구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 제보자에게 '불법금융 파파라치' 최우수 제보 포상금 1000만원을 지급하고 포상금 상향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해외 리딩방 범죄가 조직화·지능화되고 있다"며 "금감원과 공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국제공조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에게 SNS나 오픈채팅방을 통한 투자 권유 시 신중히 검토하고 해외 금융사 사칭 계정 여부를 확인하며 가짜 투자 앱 설치나 대포통장 송금 요구가 있을 경우 즉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거점을 둔 불법 투자사기에 대한 공조 수사를 정례화하고 유사 리딩방 범죄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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