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준중형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5는 편안하게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차다. 하지만 기존 EV3와 EV4 등에서 미리 봤던 실내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 구성은 새롭지 않다.
5일 EV5 GT라인으로 서울 서초구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왕복 주행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최대 97% 배터리를 충전한 뒤 중간 충전 없이 주행을 진행했다. 시승 내내 주행 모드는 ‘노멀(NORMAL)’로 설정했고, 실내 에어컨 온도는 20.5도로 자동 유지했다.
EV5의 길이는 4615㎜, 너비 1875㎜, 높이 1675㎜이며 휠베이스는 2750㎜다. 1열과 2열 모두 키 184㎝ 성인이 탑승해도 공간이 충분하다. 운전석 시트 포지션이 높은 편이지만 시승차에 탑재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후드와 겹치지 않아 시야 확보가 용이하다.


EV5 GT라인은 저속 주행 시 구동계 소리가 다소 두드러진다. 이는 보행자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소음에 민감한 운전자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고속 구간에서는 정숙성이 우수하다. 차량 내부에는 인공 주행 사운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능이 탑재돼 있으며 이를 활성화하면 가속 시 미래지향적인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올림픽대로 주행 중에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활용했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과 차로유지보조2 기능이 급커브 구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차량을 유지시켰다. 운전자가 약 15초 동안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새로운 경고음이 울리는데 제네시스 차량과 비교해도 고급스럽다. 다만 휴게소 출구에서 본선으로 합류하는 차량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는 속도 제어가 부드럽게 이뤄졌다. 스티어링 휠에는 운전자 시선 감지 센서가 탑재돼 있으며, 약 3초 이상 전방을 주시하지 않으면 경고 메시지가 표시된다. 이 기능은 해제할 수 있으나 안전을 위해 항상 활성화해 두는 것이 좋다. EV5의 주행보조는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라 운전 피로를 덜어주는 지원 시스템의 성격에 가깝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182㎞를 달린 뒤 클러스터를 확인하니 배터리 잔량은 65%(346㎞)였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총 주행 가능 거리는 528㎞로, 출발 당시 내비게이션 표시 거리(476㎞)보다 길게 나타났다.
양양에서 서울로 돌아온 결과 총 363.1㎞를 주행했다. 전비는 6.8㎞/㎾h로, 공인 복합 전비(5.0㎞/㎾h)와 고속도로 전비(4.4㎞/㎾h)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최종 배터리 잔량은 30%(158㎞)였으며, 잔량 기준 주행 가능 거리와 합산하면 521㎞로 확인됐다.
EV5 GT라인의 국내 판매 가격은 5340만원으로,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5299만원)과 BYD 씨라이언7(4490만원)보다 다소 높다. 이에 따라 가격 대비 가치에 대한 소비자 의견은 엇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V5의 초기 판매 흐름은 긍정적이다. 10월 판매량은 1150대로 9월 대비 322.8% 증가했으며, PV5(1814대)와 EV3(1423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EV5는 EV3와 EV4처럼 12.3인치 클러스터,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 12.3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이어지는 인테리어 구성을 갖췄다. cc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디스플레이 디자인은 새로움이 다소 부족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내년부터 플레오스 커넥트 인포테인먼트를 적용한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EV5는 비교적 빠르게 구형 인포테인먼트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기아의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EV5 GT라인 장거리 주행 영상은 블로터 자동차 영상 채널 ‘카미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