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금융그룹이 자금 운용 방향을 산업·기술·지역 인프라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장기 전략을 공식화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편중 구조가 고착화되는 흐름 속에서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 공급의 역할을 금융권이 다시 분배받고 있는 가운데, 신한금융도 자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은 셈이다. 기존에 보유한 기업금융·투자은행(IB) 역량을 산업 전환 쪽에 재배치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9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110조원을 생산적·포용적 금융 형태로 공급하기로 했다. 생산적 금융은 93조~98조원 규모로 편성됐고, 포용금융은 12조~17조원 범위에서 진행된다. 부동산 대출 중심의 자금 흐름을 조정하고,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자금순환 구조를 넓히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생산적 금융은 산업 기반과 신산업 육성을 동시에 겨냥했다. 반도체·에너지·지역 인프라 등 국가 전략 분야에는 약 10조원이 우선 투입된다. 이미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과 광역철도 등 대형 프로젝트의 금융 주선을 시작했다. 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분야도 펀드를 조성해 올해 안에 3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 기반 투자와 신산업 금융을 혼합해 구조적 성장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 성장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도 따로 구성했다. 신한금융은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을 출자해 초기·성장 기업을 지원하고, 초혁신경제 영역에는 10조~15조원 규모의 자체 투자를 병행한다. 일반 기업 대상 대출은 72조~75조원 수준에서 공급한다. 기업 대출 비중을 넓히고 부동산 대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정이 포함됐다.
포용금융은 민생 회복을 위한 기존 프로그램에 기반한다. 브링업·헬프업 프로그램을 확대해 고금리 대출의 대환을 지원하고,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나 새출발기금 연계, 배드뱅크 출연 확대 등을 통해 취약차주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서민·소상공인 지원을 생산적 금융과 병행해 균형을 맞춘 형태다.
실행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직 개편도 포함됐다. 신한금융은 그룹 단위 프로젝트 관리 조직(PMO)를 신설해 은행·카드·증권·보험 등이 참여하는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공급 목표와 리스크 영향도, 이행 점검을 한 곳에서 관리하며 격월 단위로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내년도 경영계획에도 생산적 금융 목표가 반영돼 계열사 단위 집행과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까지 조정된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각각 80조원과 100조원 규모의 계획을 내놓으며 생산적 금융 확대가 금융권 전반에 자리 잡는 가운데, 신한금융은 공급 방향과 내부 관리 체계를 동시에 손보는 방식을 택했다. 전략산업·기술 분야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고 계열사별 자금을 묶어 관리하는 구조를 통해 자금 흐름을 산업 기반 쪽으로 이동시키겠다는 목적이 반영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는 부동산 중심의 금융구조를 혁신하고 금융의 본질을 강화해 산업 전환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실물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초혁신경제 프로젝트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 선도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