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사건파일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전경 /사진=박선우 기자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전경 /사진=박선우 기자

검찰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1심 구형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총수일가로서 사익을 추구한 점, 한국타이어에 피해를 끼친 점 등을 불리한 양형 사유로 지적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10일 서울고법 제13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2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조 회장은 수의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검찰은 "(조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의 본질은 회사 이익에 반해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와 이례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고 일감을 몰아준 것"이라며 "1심에서는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개별적 사정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사실 오해 등이 있어 파기돼야 한다"고 짚었다. 

합리적인 채권회수 조치 없이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에 MKT 자금 50억원을 빌려준 혐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아닌 MKT에서 자금을 대여하기로 한 것은 (MKT가 외부 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이라며 "조 회장은 사적 친분으로 자금을 빌려주면서 합리적인 채권회수 조치를 하지 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또 "조 회장의 지위, 동종 전과로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이) 벌어진 점, 타이어몰드에 관한 범행을 부인하는 점, 사익 추구라는 범행동기, 한국타이어 법인과 주주들에게 미친 막대한 피해는 불리한 양형 요소"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12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과거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 확정 이전의 범행에 대해 징역 7년, 이후 범행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한 것이다. 앞서 조 회장은 하청 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된 후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약 7896만원을 추징해줄 것도 요청했다.

 

조 회장 "브랜드 이미지 실추…직원, 주주, 이사회에 사죄"

조 회장 측 변호인은 리더십 공백에 따른 회사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미국 관세폭탄으로 한국타이어에 600억원가량의 피해가 예상되고, 해외생산 등이 투자에 따른 발전의 기로에 있다"며 "그룹의 의사결정을 단호하게 내려야 하는 선장이 복귀하기를 기다리는 상황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조 회장이 재범 방지를 위해 회사에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점도 양형 때 고려해달라고 부연했다.

조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구치소) 안에서는 굉장히 외롭고 할 일도 별로 없었다"며 "이 사건에서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었는지 자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도 한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사업하는 게 무슨 벼슬이라고 또 안일하게 생각한 것을 재판부와 사법부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킨 데 대해 직원들, 동료들, 주주, 이사회에도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모 잘 만나 운도 좋았고 선배들이 잘 깔아놓은 터전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잘됐지만 (스스로 한 것처럼) 오만해져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며 "지금의 처지에서 '이렇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보다 사죄한다고 하면서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 달 22일 조 회장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조 회장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계열사 MKT로부터 약 875억원 상당의 타이어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리한의 경영악화를 알면서도 사적 친분으로 MKT 자금 50억원을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회삿돈으로 외제차를 구입 또는 리스한 혐의 등도 있다. 

올해 5월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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