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다. 안정된 성과지표는 이미 잘 알려졌고, 이에 더해 임 회장의 '정무 능력'과 '조정 능력'이 주목을 받으면서다. 임 회장은 부침이 심한 금융정책 환경에서 우리금융 조직의 방향성과 금융당국의 기조가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해왔다. 대내외 환경에 맞춰 전사적 전략을 조율한 그의 경영방식에 대해 호평이 나오는 근거다.
11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최근 임원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 임추위는 성과, 지배구조, 전략의 일관성 등 전방위 요소를 평가한다. 여기서 임 회장의 연임 타당성을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정무 능력이다.
금융위원장, 국무총리실장 등 과거 정책라인의 경험이 금융 규제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데 이점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임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 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특히 대주주·금융당국·시장 모두와의 관계를 큰 문제 없이 관리해왔다.
우리금융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 가운데 가장 먼저 8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계획을 제시한 것이 그의 정무적 판단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정부가 실물경제 지원을 강조하던 시점에 우리금융이 이를 선제적으로 구조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정책 방향을 과도하게 앞서가지 않으면서도 시장과 정부가 요구하는 메시지를 정확한 타이밍에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질적인 자금공급 계획을 빠르게 구조화한 점은 정책당국과의 신뢰 형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주목된 내부 변화 중 하나는 우리금융 내 출신 은행 동우회 간 통합이다. 과거 우리금융은 상업은행, 한일은행 등 출신 은행별 동우조직이 뚜렷해 인사·조직 운영에서 크고 작은 알력이 발생했다.
임 회장은 이들 동우회를 실질적으로 아우르는 통합채널을 조성하고 중복된 리더십 구조를 일원화했다. 출신 은행 간 분리구조를 완화하려는 시도로 조직 내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질적으로는 그룹 내부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인사와 경영전략 패러다임에 성과 기반의 인사 논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체계 개선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기준 강화와 전사적 리스크 통제체계 고도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는 임 회장이 취임 이후 꾸준히 개선을 추진해온 영역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연임 타당성은 뚜렷하다.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964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3분기 단독 순이익도 1조2444억원으로 1조클럽에 복귀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 흐름에서도 수익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자본 비율 역시 개선세가 이어졌다. 3분기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2.92%로 지난해 말(12.13%)보다 0.79%p 상승했다.
비은행 기반 이익도 확대되고 있다. 동양·ABL생명이 그룹에 편입되면서 비은행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눈에 띄게 커졌다. 염가매수차익 5560억원은 회계상 일회성 이익이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보험 부문 수익이 추가되면서 그룹 전체의 이익구조가 확장됐다. 단일은행 중심 구조였던 우리금융이 보험·자산관리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정치권의 금융개혁 담론도 임 회장에게 비교적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야 모두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소비자보호 강화를 일관적으로 강조하지만, 금융지주 경영진 인사에서는 정치적 판단을 자제하고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앞서 박상진 한국산업은행장,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이 모두 내부 출신이었던 점도 임 회장에게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영상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임 회장의 ‘정무적 조정 능력’은 그룹 전체 리더십의 중심가치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