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사건파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사진 제공=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사진 제공=한국앤컴퍼니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항소심 결과가 다음 달에 나온다. 쟁점은 타이어몰드 거래와 자금대여의 합리성 등이다. 앞서 1심에서는 계열사와의 타이어몰드 거래에 대해 '단가 도출 방법이 합리적'이라며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 검찰은 회사에 불리한 단가를 결정했다고 주장하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의 혐의를 주장했다.

또 다른 쟁점인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에 대한 자금 대여와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채권회수 조치가 있었는지를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1심 재판부가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가운데 2심에서는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13형사부는 특경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12월22일로 지정했다.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조 회장이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에 유리한 조건으로 타이어몰드를 거래해 회사에 약 131억원의 손해를 끼쳤는지다. 앞서 1심에서는 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MKT와의 타이어몰드 거래에 적용된 '신단가 테이블'의 도입 목적은 정당했고 도출 방법도 합리적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회장이 이례적으로 회사에 불리한 단가 결정안을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 이달 10일 열린 2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단가 결정 과정에서 선택한 방안에 대해) 조 회장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며 "내부 문건에 기재된 MKT 인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타이어가 MKT를 인수한 목적 중 하나는 원가절감이지만 단가 결정 과정에서 원가절감 효과가 없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안은 회계적, 전략적 관점 등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 주관적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몰드를 저렴하게 구매해 회사에) 이익이 많이 생긴다고 해서 꼭 회사에 유리한 것은 아니며 영속적인 공급 가능성, 성장 가능성 등을 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대여금 관련 혐의도 쟁점이다. 이는 조 회장이 리한의 경영악화를 알면서도 박지훈 리한 대표와의 사적 친분 때문에 MKT 자금 50억원을 빌려줘 회사가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다.

관건은 상당하고 합리적인 채권회수 조치가 있었는지다. 조 회장 측은 부동산 담보 가치를 파악하고 자금을 빌려줬다는 입장이다. 대여계약서에 리한 화성공장에 대한 최우선매수권과 상계 특약을 설정했고, 부동산 가치 상승만으로 연 7.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여 당시 리한의 재무상황에 대해서는 "리한의 경영이 어려워진 것은 중국 투자 때문으로 이때는 모두 매각하고 해외법인이 손실에서 흑자로 전환됐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 측 변호인도 "최우선매수권, 상계권은 상당히 합리적인 회수 조치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친분에 따른 일이었다면 조 회장의 개인자금을 빌려줄 수 있었으며, 사건 당시 리한은 채무초과 상태인 데다 이미 빌린 돈도 갚지 못한 상태였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 회사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도 있다. 앞서 1심에서는 조 회장이 문제가 된 차량들을 최소 19회, 최대 350회가량 사용했지만 한국타이어 계열사가 쓴 사례는 최대 5~6회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 조 회장이 회사를 위해 차량을 테스트했던 것이라면 근거자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어야 하지만, 거의 발견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개인적 용도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심에서 조 회장 측은 "타이어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자동차가 중심인 세계관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좋은 경영인이라면 자신의 돈으로 (차량을) 구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항소심에서 조 회장에게 1심 구형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전에도 한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재판부에 대해) 다시 배신하지 않겠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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