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가 11일(한국시간) 링크드인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주행 중인 아이오닉5 웨이모 자율주행차 모습을 공개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 로보택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무뇨스 사장의 게시글은 향후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무뇨스 사장이 공개한 아이오닉5 웨이모 자율주행차의 외관은 위장 테이프가 부착된 상태였으며 19인치 휠이 장착됐다. 특히 디지털 사이드미러 없이 차량 A필러 부근에 라이다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차량 전면 좌우측과 중앙에도 라이다로 추정되는 장비가 장착됐고 상단부에도 자율주행에 필요한 센서들이 배치돼 있다. 이런 구성은 현대차가 2024년 10월 공개한 시제품과 거의 동일하다.
무뇨스 사장은 “더 많은 사람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이정표”라며 “이 차량은 조지아주 현대차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이는 미국 제조업과 최첨단 기술이 결합해 모빌리티의 미래를 선도하는 완벽한 예시”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예정대로 올 연말부터 미국 주요 도시에서 아이오닉5 자율주행차 주행 테스트를 시작한다. 다만 실제 도로 투입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무뇨스 사장이 직접 위장막 차량을 공개한 배경에는 미국 내 자율주행 기술 경쟁 심화가 있다. 현대차는 업계에서 자율주행 분야의 ‘패스트 팔로워’로 평가받는 만큼 무뇨스 사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기술력 제고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고속도로자율주행(HDP) 기술 등을 구축해 양산을 앞뒀지만 내부 사정으로 해당 기능을 양산차에 도입하지 못했다. 그 사이 테슬라는 북미지역과 중국 등에 완전 자율주행(FSD) 기술 구현을 선도해 현대차보다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훨씬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웨이모의 경우 2020년 10월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는 테슬라 모델Y 기반 로보택시의 예정된 운행 시점(2025년 6월)보다 5년 앞선다. 웨이모의 차량은 외관에 라이다 등 센서가 다수 부착돼 있으나 테슬라 로보택시는 라이다 없이 카메라 기반 비전 시스템만으로 주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웨이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오스틴 등으로 운행 지역을 넓히고 있으며 테슬라도 오스틴과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Bay Area) 등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테슬라 대비 부족한 자율주행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웨이모와의 협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송창현 현대차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는 2024년 10월 “현대차는 자율주행 차량 판매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에 SAE 레벨 4 이상의 기술이 가능한 차량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 사업의 첫 단계에서 업계 리더인 웨이모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밝힌 바 있다.
웨이모와 협업한 아이오닉5 자율주행차의 주행 결과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페이스카 시범 주행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2028년부터 양산차 적용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