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온스가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을 공식화했다. 표면상 저금리 조건의 단기조달이지만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현금부족 문제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입금 상환과 자회사 투자자금이 겹치며 현금운용 부담이 커진 회사가 자사주를 활용한 조달로 해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적회복세를 보이며 신용도를 높인 상황에서 발행의 타당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현금 부족 압박 속 자사주 조달 선택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온스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무이표 사모 EB 발행을 결정했다. 교환 대상은 자사주이며 교환가액은 기준가의 110% 수준이다. 발행일은 25일, 만기는 2030년 11월25일이다. 인수 주체는 제이앤알파 유한회사(SPC)이며, 자금 사용처는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으로 명시됐다. 이에 따라 휴온스는 22만주(지분율 1.84%)의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겉보기에는 단순한 저금리 조달이지만 실제 목적은 내부유동성 보완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현금자산이 차입금 대비 크게 낮아지면서 상환 압박이 커졌다는 점에서다.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53억원으로 총차입금(1498억1000만원)의 37%에 그쳤다. 게다가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BW 발행은 주가 희석에 대한 우려로 현실적 대안이 되지 않았다. 결국 EB를 발행해 금융비용 절감과 희석 최소화를 동시에 노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휴온스는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최소한의 '통과선'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8.6%, 당기순이익률은 8%로 업계 평균을 옷돌았고 매출총이익률도 47.6%를 유지했다. 부채비율은 63.6%로 안정권이며 유동비율도 169.1%로 단기상환 여력을 확보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95억6000만원, 잉여현금흐름도 124억30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자보상배율이 8.2배에 달해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점도 EB 발행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의 실적흐름도 EB 발행의 신뢰도를 뒷받침한다. 휴온스는 올 3분기 잠정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4.7%, 13.7% 늘어난 1537억2000만원, 98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4%로 1년 전(5.9%)보다 소폭 개선됐으며, 상반기(8.6%)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며 시장의 기대를 웃돌았다. 5년 연속 분기 매출 성장을 이어간 점도 조달안정성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익의 질로 갈린 휴온스와 광동제약

비슷한 시기에 자사주 기반의 EB 발행을 추진했으나 금감원 심사에서 제동이 걸린 광동제약과 대비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두 회사의 명암을 가른 것은 '현금 부족'이 아니라 '이익 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광동제약은 외형 확장에 치중해 수익구조가 무너졌고, 휴온스는 실적회복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유지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당국은 EB 심사에서 자금 규모보다 '조달 후 상환 가능성'을 중시한다. 이에 이익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느냐가 이번 결과를 갈랐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동제약이 EB 발행을 철회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주선기관과의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수익성과 재무구조의 한계가 발행 불허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광동제약의 상반기 실적은 영업이익 78억5000만원, 영업이익률 1%로 휴온스(8.6%)의 8분의1 수준이다. 또 영업이익보다 금융비용(108억3000만원)이 많아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EB를 신용성 상품으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상환능력 부족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고 본다. 광동제약의 부채비율은 90.3%로 휴온스(63.6%)보다 높았고 순차입금도 1803억3000만원으로 휴온스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자본적지출(CAPEX)이 181억9000만원으로 투자 부담이 지속된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963억2000만원)은 단기차입금(2087억2000만원)에 가려 유동성에 제한적이었다.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은 1.4배로 추가 조달여력이 낮게 평가됐다.
휴온스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8배 이상 상쇄할 수 있었고, 순차입금도 945억원1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상반기 기준 CAPEX를 지난해 449억3000만원에서 올해 71억3000만원으로 대폭 축소해 현금흐름이 개선됐고 잉여현금흐름 역시 흑자전환됐다. 이에 따라 재무 레버리지가 안정권에 든 것이 EB 심사 통과의 가능성을 높이는 근거로 꼽힌다.
EB 이후 관건은 현금흐름 방어력

휴온스의 EB 발행은 단기 유동성 완충장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대금으로 단기차입금과 자회사 출자를 병행할 수 있지만, 무이표 조건이 실제 투자자의 수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교환 대상이 자사주라는 점에서 향후 주가가 변동할 경우 주주가치 하락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자사주를 활용한 EB는 희석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주가 하락 시 교환청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공존한다.
시장에서는 EB 발행 이후의 현금흐름 관리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이후 도래할 차입금 만기와 신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동시에 예정된 만큼 조달자금 운용의 효율성이 중장기 재무안정성 달성의 관건이다. 상반기까지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흑자전환됐지만 분기마다 투자가 집행될 경우 유동성 여력이 다시 빠듯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사가 현금흐름 중심의 재무전략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하느냐가 향후 신뢰도 평가의 기준이 될 것으로 주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각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휴온스가 실적을 기반으로 신용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EB는 유동성 대응을 넘어 조달의 신뢰도를 입증하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방어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추가 메자닌 조달이나 R&D 자금 확보에도 긍정적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업계 전반적으로도 '이익 중심 EB 구조'의 사례로 주목될 것으로 내다봤다.
휴온스 측은 "다양한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며 보유현금 및 금융자산 활용, 사모 메자닌 발행 등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조달금리, 상환 부담, 현금흐름 및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다각도로 검토했다"며 "이 결과 금융기관 차입이 상당한 반면 현금성자산은 감소하고 있으며, 여타 사모 메자닌은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라는 단점이 있어 보유 중인 자기주식의 일부를 활용한 E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금융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