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확장과 재무 개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전
CEO교체기, 전략 연속성·거버넌스 리스크 시험대
‘안정 속 변화’ 리더십 구축이 지속 가능성의 핵심

전임 CEO 리스크 등 빈발하는 내부통제 이슈로 좀처럼 도약하지 못하던 우리금융이 본격적인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 중심의 전통적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보험 증권 캐피탈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2025년 들어 비은행 다각화, 인공지능 기반 업무 혁신, 생산적 금융과 ESG경영 확대 등 구체인 실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룹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완성도가 높아지고 재무 실적 개선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상업-한일 동우회 통합 등 내부 갈등 해소 노력으로 조직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며 장기적 성장 모멘텀 구축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그룹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1% 증가한 2조 7940억원이며 연간 예상실적이 전년도 순이익 3조 86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 안정성과 주주환원의 핵심 지표인 CET1 비율 역시 12.92%로 관리목표(13%)에 근접했다. 리스크자산(RWA) 감축 우선 전략으로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2% 감소했지만 비은행 확대전략이 이를 상쇄했다. 특히 보험사(동양, ABL)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5810억원) 등으로 그룹 순이익 감소를 방어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 개선과 변화의 흐름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CEO 교체기에 들어선 우리금융의 최대 리스크는 바로 ‘전략의 연속성’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그룹 총자산의 83.5%, 순이익의 82.0%는 여전히 은행이 부담하고 있다. 비은행 순이익 비중 18%는 하나금융 8.7%보다 높지만 KB금융과 신한금융의 34.3%, 24.8%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2025년 11월 10일 현재 우리금융의 PBR 0.57배, PER 6.63배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KB금융의 PBR 0.83배, PER 10.02배에 비해 여전히 보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비은행 다각화와 AI 기술변화 대응이 단순한 구호로만 남는다면 예고된 금리 인하 사이클과 기술혁신 급진적 전환기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임종룡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년간 M&A를 통해 보험 증권 캐피탈 분야를 대폭 확충하며 자본 적정성 확보와 신뢰 회복에 주력했다. 특히 취임 초기부터 이어진 내부통제 이슈 해결에 많은 조직 에너지를 소모했지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재무 성과 모두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리스크관리본부를 CEO 직속으로 전환하고 내부통제 감시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며 ‘리스크 관리가 곧 경영의 본질’이라는 인식이 조직내에 자리잡는 계기로 만들었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과 신사업 확장 등 비은행 비즈니스 확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리금융의 AI전략인 ‘AX(Advanced Transformation)’ 프로젝트는 이제 겨우 파일럿 수준에 머물고 있고 그룹 통합 데이터 허브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어느 조직이나 CEO교체기가 되면 항상 ‘안정’과 ‘변화’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의 논쟁이 뒤따른다. ‘안정’을 중시하는 측은 ‘경영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며 경영진 교체는 곧 리스크이자 불확실성’이라 말한다. 반면 거버넌스의 ‘변화’를 강조하는 측은 ‘글로벌 금융이 AI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금이야말로 과감한 세대교체의 적기’라고 주장한다. 

이 두 관점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금융은 은행 중심의 보수적 문화, 공적자금 투입과 회수의 역사적 이력, 지분이 전혀 없지만 여전한 정부 직간접 영향력, 민영화 유산으로 형성된 과점주주 체제 등 경쟁 금융사와 차별점이 많다. 이사회 주도의 투명한 CEO 선임 절차가 제도적으로 완비돼 있지만 교체 시점마다 ‘관치 논란’과 ‘정책 리스크’가 되풀이돼 왔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슈가 아니라 그룹의 지배구조가 아직 완전한 자율 경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만일 이번 CEO 교체기가 그룹의 전략 공백이나 비즈니스 추진력 저하로 이어진다면 우리금융의 비은행 디지털 전환 전략은 결정적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신한지주나 KB금융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요한 전환기에 전략 추진 동력을 상실하면 장기적으로 치명적 경영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그렇다고 단순한 연임도 답은 아니다. 현재 금융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감각과 변화를 이끌 리더십이 없다면 지속적인 혁신은 불가능하다. 

지금 금융권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옆집 은행이 아니다. 네이버페이 토스 등 국내 플랫폼은 물론 달러 스테이블 코인(Dollar Stable Coin)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생활금융 시장을 장악했고 생성형 AI 기반의 신용평가모델은 기존 여신심사의 속도와 정밀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이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담대한 변화와 기술혁신 리더십이 동시에 요구된다. 

결국 관건은 ‘변화 속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CEO교체기의 혼란으로 전략 단절이 이어져선 곤란하다. 극심한 변화기에 잦은 CEO 교체는 조직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전략의 일관성을 약화시킨다.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완성도 제고, 거버넌스 안정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후계자 양성을 통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내부의 신뢰를 확보한 임종룡 체제 재신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경영 안정이 단순히 CEO 연임에만 달린 것은 아니다. 제도와 시스템의 일관성에서 비롯돼야 한다. 이사회가 주도해 투명한 CEO 승계 로드맵을 마련하고 그룹이 중장기 전략을 제도화해 리더 교체 이후에도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CEO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특히 내부 인재 육성은 CEO의 중요한 책무다. 외부 출신 인사 CEO가 가져다 주는 신선한 시각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내부에서 성장한 리더가 그룹 문화를 이해하고 전략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금융은 계열사 CEO를 중심으로 한 내부 후보군이 두텁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조직 내부에서 후계구도 리더십 구축이 준비되지 않으면 CEO 교체기마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우리금융이 맞이한 이번 교체기는 단순한 인사 이벤트가 아니다. 금융산업 대전환기 속에서 그룹 정체성과 생존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변화와 안정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를 묻기보다 ‘안정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신뢰의 산업이다. 신뢰는 사람에서 시작되지만 사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제도와 시스템으로 투명한 의사결정이 그 신뢰를 이어간다. 우리금융이 이번 교체기를 슬기롭게 넘긴다면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거버넌스 안정화를 넘어 한국 금융산업 지배구조의 성숙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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