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유일에너테크
/사진 제공=유일에너테크

 

이차전지 장비 제조업체 ‘유일에너테크’의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이 1784원으로 확정되며 흥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자 비율이 적지 않아 시장 우려가 있었지만, 신주배정 기회를 노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단기 매매세로 거래량이 급증했음에도 기존 주주들의 매도세가 크지 않아 주가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일에너테크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1차 발행가액을 1784원으로 결정했다. 예정 발행가액(1039원) 대비 745원 증가했다. 이에 잠정 모집 규모는 기존 195억원보다 71% 증가한 335억원으로 늘었다.

발행가액이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 것은 최근 한 달간 주가와 거래대금이 급등하며 시장 수급이 강하게 형성된 결과다. 유일에너테크의 최근 1개월간 거래량은 1억5500만여주다. 발행주식총수(3420만4450주) 대비 약 4.5배에 달하는 규모가 한 달간 거래된 것이다.

회사의 실질 유통주식수가 55% 수준임을 감안하면 실제 회전율은 8배를 웃돈다. 한 달 동안 시장에 풀려 있는 물량이 주주들 사이에서 평균 8번 이상의 손바뀜을 거친 셈이다. 유일에너테크는 최대주주인 정연길 대표가 전체의 44.28%인 1514만5575주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나머지만 유통되고 있다.

산정기간 중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지난달 27~29일이다. 사흘 사이에 7042만여주가 거래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간 자금만 1854억원에 달한다. 직전 영업일인 24일 2070원이었던 주가는 3영업일만에 2755원으로 치솟았다.

1차 발행가 산정을 2영업일 앞둔 이달 6일에도 수급이 몰렸다. 이날 하루 동안 1731만여주가 거래되면서 전일 대비 8.4% 상승한 284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1개월·1주일·기산일 가중산술평균주가는 2705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약속했던 할인율 25%를 반영해 1차 발행가액이 결정됐다.

 

 

이 같은 단기 수급 증가의 배경에는 최대주주의 낮은 청약 참여 예고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의 최대주주인 정연길 대표는 44.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배정 물량 중 30% 수준만 청약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통상 최대주주의 저조한 참여는 회사 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로 해석되지만, 유일에너테크처럼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해석이 달라진다. 최대주주가 청약하지 않아 발생하는 실권주의 절대적인 규모가 다른 소액 주주들의 포기 물량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주가 시세 대비 25% 할인된 가격으로 배정된다는 점이 더해졌다. 최대주주가 내놓을 대량의 실권주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저가 신주를 대거 확보할 기회’로 인식될 여지가 크다.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의 청약 포기가 오히려 단기적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이번 유증은 내년 5월 만기가 도래하는 200억원 규모의 2회차 전환사채(CB) 풋옵션 대응을 위한 자금 조달이 목적이었다. 유일에너테크는 처음에 채무상환 150억원, 운영자금 45억원 등 총 19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발행가액이 예상보다 71% 높아지면서 전체 모집금액이 늘자 회사는 채무상환 배정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운영자금 배정 규모를 185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연구개발(R&D)과 원재료 확보 등 사업 운용 여력을 넓히겠다는 판단이다.

결국 이번 유증이 단순한 부채 상환 목적을 넘어선 ‘기회형 증자’로 성격이 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행가 상승으로 확보된 여유 자금을 통해 단기 자금 부담 완화와 중기 성장 투자 재원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방어적 목적의 증자가 사업 재정비와 확장 여력까지 확보하는 역전 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유일에너테크 관계자는 “아직 1차 발행가액만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변동성을 고려해 채무상환액을 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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