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노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나노팀 홈페이지 갈무리

 

전동화 열관리소재 전문기업 나노팀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자금조달에 나선다.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적자가 지속되며 결손금이 쌓이고 있지만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다수의 기관투자가를 유치했다. 사업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과 주가 업사이드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노팀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100억원 규모의 제1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2016년 설립된 나노팀은 2023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270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한 후 처음으로 메자닌 시장을 찾았다. CB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은 소재 관련 원재료 매입과 연구개발(R&D)에 전액 투입된다.

아주IB가 올해 결성한 ‘2024 IBK혁신-아주 좋은 벤처펀드 3.0’가 40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IBK투자증권(10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10억원), 칸서스자산운용(10억원), 수성자산운용(10억원), 라이프자산운용(10억원), 신영증권(5억원), 슬기자산운용(5억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발행 조건은 나노팀에 유리하다. 표면금리와 만기금리가 모두 0%로 책정돼 나노팀이 만기까지 별도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조건이다. 만기는 5년 후인 2028년 11월21일이다. 여기에 전환가액도 기준주가에 12.8% 할증된 5500원으로 정해졌다. 통상 시가보다 할인 발행하는 것과 달리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이다. 전환 청구는 내년 11월21일부터 가능하다.

발행사·투자자 간 리스크 배분 계약을 의미하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매도청구권(콜옵션) 또한 나노팀이 우위에 설 수 있는 조건을 확보했다. CB 투자자의 풋옵션은 발행일로부터 2년 뒤인 2027년 11월에 효력이 발생하지만, 콜옵션은 그보다 1년 빠른 2026년 11월부터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 가능한 범위 또한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은 50%로 설정됐다.

아울러 콜옵션 행사 효력이 끝나는 2027년 11월까지 인수금액의 50%에 해당하는 CB를 투자자가 의무 보유하도록 하는 조항을 걸었다. 투자자로서는 아무리 주가가 올라도 일정 기간 전환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채권 상태로 보유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발행사가 해당 CB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기관 차입 대신 낮은 비용의 CB를 발행하며 금융 지출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나노팀의 총차입금은 503억원으로 시중은행에서 이자율 2.54~4.19%로 돈을 빌렸다. 이에 따라 3분기까지 이자비용으로만 5억원대가 소요됐다.

나노팀이 100억원을 금융권 차입으로 조달할 경우 매년 3억원의 이자를 더 내야 했지만 제로금리로 CB 발행을 결정하며 이 같은 부담을 크게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1회차 CB의 채권으로서의 수익보다 주식으로서의 성장잠재력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노팀은 현재 적자 상태지만, 투자자들은 회사가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판단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투자시점이 이차전지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국면 종료와 맞물린다는 점도 매력을 높인 요인이다. 전방산업인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 활성화가 향후 나노팀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메자닌투자 업계 관계자는 “콜옵션 50% 부여 외에는 일반적인 조건이고, 딜 자체도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며 “지난해 실적이 저점을 기록한 뒤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고 캐즘 마무리와 맞물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업사이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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