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은 가운데 거버넌스의 향방을 추적합니다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이승훈 사외이사가 핵심 견제자로 떠올랐다. 행동주의펀드인 KCGI 출신인 그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 역할을 강조해왔다. 특히 KT가 과거 정치권의 외풍에 반복적으로 시달려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거버넌스 철학을 지닌 만큼 이번 대표이사 선임 때 낙하산 인사를 막는 최전선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독립성·대표이사 견제 강조한 행동주의 투자자

이 사외이사는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사외이사 8명 전원으로 구성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서 후보군 구성부터 최종 1인 선정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 위원회는 연내 대표이사 후보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는 평가및보상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대표이사의 경영목표와 평가기준을 심의하고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의 보수를 결정한다. 대표이사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장치를 가진 셈이다. 감사위원회에도 소속돼 회계 및 업무 감사를 통해 경영활동 전반을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이 이사는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와 독립성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이 이사가 행동주의 펀드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선임의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에 특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본다. 정치적 배경이 있는 인사나 외부 압력에 의한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이사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를 거쳐 JP모건과 UBS에서 한국 리서치센터장을 맡아 전략수립, 투자분석 경험을 축적했다. SK그룹에서는 기업활동(IR)과 구조조정 업무를 맡은 뒤 2010~2012년 SK텔레콤(SKT)과 SK가스에서 신성장 분야 인수합병(M&A) 총괄전무를 역임했다.
이 이사는 2019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글로벌부문 대표파트너로 영입됐다. KCGI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하는 펀드다. 한진칼, 오스템임플란트 등에 투자하며 오너일가의 사적 경영과 내부통제 미흡 등을 지적하고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한진칼 사태 당시에는 KCGI 글로벌부문 대표로서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등 거버넌스 관련 분쟁의 최전선에 섰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후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분쟁이 한창이었던 시기다. KCGI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요구하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리 보호를 주장했다. 이 이사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같은 기관과 협력하며 해외 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유도했다.
정치권 외풍 차단할 핵심 인물로 주목
이 이사는 2023년 6월 KT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KT는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반대로 잇달아 후보에서 사퇴하며 심각한 거버넌스 위기를 겪고 있었다. 기존 사외이사 대부분이 물러나며 이사회가 사실상 해체된 뒤 KT는 새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 이사는 주주 추천으로 선임됐다. 그는 직무수행계획에서 '이사회의 독립성, 감독·견제기능 강화 및 영업망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사회의 독려와 감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KT의 기업가치 평가가 획기적으로 상승하도록 하고 시장참여자들로부터 프리미엄 주주가치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KT 이사회는 이 이사를 "글로벌 투자전략 수립과 실행 노하우를 가진 재무 분야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주주 추천 사외이사 후보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주주권익 보호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 이사는 올해 3월 임기가 끝났지만 재선임되면서 2028년까지 활동하게 됐다. 그는 평소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조해온 만큼 KT의 새 대표이사 후보 평가에서도 정치적 배경이나 외부 압력 가능성에 대해 가장 엄격하게 검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