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비엘바이오가 미국 일라이릴리로부터 4조원에 달하는 기술이전(L/O)에 이어 22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이끌어냈다. 기술이전 직후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벤처 지분을 확보한 사례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처음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의 플랫폼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릴리에 220억 규모 유상증자, 지분 0.32%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릴리와 1500만달러(약 2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릴리를 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총 17만5079주로 증자 전 발행주식총수 5512만5165주 대비 약 0.3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사실상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는 소수 지분 확보로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
발행가액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산정된 주당 12만5900원이다. 기준 주가 13만9827원 대비 10% 할인율을 적용한 값이다. 이번에 발행되는 보통주는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1년간 보호예수 되며 납입일은 다음 달 26일로 예정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투자금을 그랩바디 플랫폼과 이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회사의 핵심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릴리와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L/O 후속 조치 '그랩바디 신뢰 신호'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릴리로부터 대형 L/O에 이은 두 번째 기술사업 성과를 확보하게 됐다. 앞서 회사는 지난 12일 릴리에 뇌혈관장벽 투과에 특화된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을 선급금 4000만달러(582억원) 포함 총 26억200만달러(3조7872억원) 규모에 이전했다. L/O 직후 빅파마가 직접 지분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향후 공동개발 및 적응증 확장 등 협업 지속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릴리의 파이프라인 전략과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적응증 확장 움직임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릴리는 최근 자사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tirzepatide)'의 급성장에 맞춰 근육량·기능 개선을 위한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그랩바디-B의 적응증을 대사·근육질환으로 넓히기 위한 근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아이오니스와 근육 조직 전달 가능성을 검증하는 공동 연구 결과를 지난 8월 학계에 제출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최근 에이비엘바이오가 'ABL301' 임상 1상을 순조롭게 마친 것이 릴리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가 2022년 사노피에 10억6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회사는 올 4월 사노피와 함께 진행한 글로벌 임상 1상을 마무리하며 플랫폼 기술 안정성을 검증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선도하는 릴리와 그랩바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전략적 지분 투자까지 유치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전 세계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