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제기된 모태펀드 예산 삭감 논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유지하고 전략산업 중심으로 이를 점차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모태펀드는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대표적인 마중물로 2005년 조성 이후 벤처투자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2005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정부가 기업에 기금과 예산을 직접 투입하는 대신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상위펀드(Fund of Funds)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재창업· 여성·창업초기 ·지역 등 민간 참여가 부진하거나 시장 조성이 미흡한 분야에 선도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민간 투자를 이끌어왔다.
VC협회는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국가전략 신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려면 모태펀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AI는 반도체·데이터 ·제조· 서비스 전반으로 파급되며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분야로 초기·성장 단계의 딥테크 스타트업에는 대규모 ·장기 자본이 필수적”이라며 “최근 벤처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은 여전히 미국의 5분의1에 불과해, 이 격차를 줄이려면 공적 모펀드가 시장의 기준점과 신뢰를 제공해 민간자금을 더욱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태펀드 출자는 통상 4배 이상의 민간 레버리지 효과를 유발하며, 모태펀드가 앵커 출자자(LP)로 참여하면 연기금·금융권·기업 등 민간 출자가 활성화돼 총투자 규모가 확대된다. 반대로 출자 규모가 줄면 레버리지 기반이 약화돼 민간자금까지 위축되며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의 투자여력이 감소한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자펀드에 투자여력이 있어 내년도 출자규모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VC의 투자 대기자금은 단순한 현금 보유가 아니라 시장의 변동에 대응해 최적의 투자전략을 펴기 위한 완충재로 여겨진다.
자펀드의 연차별 투자율을 고려해 출자예산을 나눠 편성해야 한다는 일부 지적은 모태펀드 출자의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내년 모태펀드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출자가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 등으로 민간 출자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벤처펀드 결성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는 등 벤처투자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판단에서다.
모태펀드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민간 출자자의 신뢰를 잃은 뒤에는 모태펀드 예산을 확대하더라도 민간자금이 매칭되지 않아 펀드가 결성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간자금이 참여하고 민간 벤처캐피털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벤처투자 시장이 지금처럼 혁신 벤처·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모험자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태펀드 예산을 안정적으로 편성해 투자 대기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학균 협회장은 “모태펀드 예산 축소는 재정절감처럼 보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민간 투자 감소와 신산업 성장 둔화, 국가경쟁력 약화라는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 ”며 “AI를 포함한 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 모태펀드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예산을 최소한 정부안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