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경영개선권고 이후 시장 불안 확산
사모펀드 대주주 적격성과 자본의 질 취약 논란
상당수 보험사 요구자본보다 실질 순자산 작아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적기시정조치 1단계, 보험업감독규정 제7-17조) 부과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 5일 금융위 의결 직후 신용평가회사 2곳이 신용등급 하향 검토를 예고하면서 자본시장 투자자 불안이 증폭되어 롯데손보 신종자본증권(2021년 12월 발행) 가격이 10일 하루만에 14% 급락했다. 기본자본 부족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중소 보험사들은 재무구조 취약 → 시장 신뢰 하락 → 영업력 저하 → 성장 정체·수익 감소 → 무리한 신규 영업 →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롯데손보 노동조합과 이사회, 경영진이 모두 강하게 반발하며 12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민간금융기관이 금융 당국의 감독권에 정면으로 맞선 것은 이례적이며, 롯데손보를 인수한 사모펀드(JKL)가 보험사 대주주로 적합한 지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됐다. 자금 회수기간이 비교적 짧은 사모펀드의 자산운용 전략이 중장기적 재무안정성을 중시하는 금융당국 규제와 구조적으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6월 말 롯데손보의 ‘예외 기준’ K-ICS 비율은 108.7%(경과조치 적용 전)로 규제수준(100%)을 소폭 상회했다.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129.5%로 가이드라인(130%)에 미달했다. 더구나 업계 공통의 ‘원칙모형’ 기준 K-ICS 비율은 89.7%(경과조치 적용 전), 경과조치 적용 후 103.7% 수준으로 자본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특히 실질 지급여력 확충을 위해 새롭게 도입이 예고된 ‘기본자본 K-ICS 비율’은 -12.9%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종합 3등급(보통) 이상, 자본적정성 평가 4등급(취약) 이하’로 판단해 롯데손보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이로 인해 시장 신뢰 하락, 신규 영업 위축, 보유계약 해지 증가 우려 등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보험사로 번질 위험도 존재한다.
2019년 사모펀드(JKL) 인수 이후 롯데손보는 변동성이 큰 수익증권 축소, 채권 중심의 안전자산 확대 등 리스크관리 강화로 요구자본을 줄였고, 수익 기반인 장기 보장성 보험도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9월 말 누적 영업이익은 12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으며, K-ICS 비율(예외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도 141.6%로 전분기 대비 12.1%포인트 개선됐지만 시장 신뢰 회복과 금융당국 설득에는 실패했다.
금감원 경영개선권고로 다음 달 예정이던 롯데손보 신종자본증권(2021년 12월 발행, 460억원, 이자율 6.8%) 이자 지급이 잠정 중단됐다. 다만 7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이자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난 5월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콜(Call)을 행사하지 않아 시장 신뢰를 잃은 전례가 있어 투자자 불안이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다.
보험업감독규정 및 세칙에 따르면 신종자본증권이 규제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필요적 정지조항’과 ‘선택적 정지조항’을 포함해야 한다. 롯데손보는 발행회사 재량의 선택적 정지가 아니라 부실금융기관 지정 또는 적기시정조치 발동 시 자동 적용되는 ‘필요적 정지’ 대상이다. 이자지급 정지기간 종료 전까지 지급 의무가 없으며, 경영개선권고 해소 후에도 정지기간 중 발생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채무불이행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11월 7일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손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신용등급 부정적 검토(Negative Review) 대상으로 등록했다. 후순위채 콜 리스크와 신종자본증권 이자 미지급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9월 말 기준 6조 6000억 원 규모의 퇴직연금 계약은 신용등급 하락과 맞물려, 연말·연초 만기 집중 구간에서 재유치 부담이 커지며 손익 감소와 유동성 리스크가 우려된다. 더구나 신용등급 전망 악화는 자본확충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실질 순자산’(건전성 기준, 자본성 증권 제외)은 1조 6307억원으로 ‘요구자본’ (지급여력기준금액) 2조 2818억원에 약 6500억원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리스크를 반영하면 순자산 가치가 마이너스(-) 상황이라는 의미다. 고객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금융당국의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그 밖에도 ‘실질 순자산’이 ‘요구자본’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는 푸본현대, KDB생명, iM라이프생명, IBK연금보험, ABL생명, 예별손보(옛 MG손보) 등 6개사에 달한다. 이 중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롯데손보와 예별손보를 제외한 나머지 5개는 모두 다행이 자금력이 든든한 금융사나 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푸본현대는 지난 8월에 7000억원, KDB생명은 11월에 5150억원을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했지만 여전히 ‘실질 순자산’이 ‘요구자본’보다 각각 7800억원, 8500억원 이상 부족하다. iM라이프생명과 ABL생명, IBK연금보험 역시 각각 3000억원, 5300억원, 385억원의 ‘실질 순자산’ 부족이 지속되고 있지만 자본 확충 소식은 아직 없다.
‘요구자본’ 대비 ‘실질 순자산’이 부족한 보험사는 대부분 ‘기본자본 K-ICS 비율’이 50% 이하이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상태로 기본자본이 취약하다. 금융지주 계열사는 필요 시 대주주가 자본확충에 나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시장 불안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역시 IFRS17·K-ICS 도입 이후 공통적으로 노출된 보험업권의 취약한 ‘자본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 중이다.
금융 당국은 2021년 롯데손보의 적기시정조치를 한차례 유예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당시 지적된 자본확충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계획 역시 구체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자본구조가 한번 훼손되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 자본성 증권은 비교적 조달이 쉽고 단기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익 축적과 증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리스크 감축 등 근본적 재무구조 개선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중장기 계획을 기반으로 최대한 보수적 관점의 사전적 예방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성장 정체와 수익성 하락 추세가 지속되는 금융회사일수록 더욱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 ‘자본의 질’ 수준에 따라 국내 보험사 간 수익·성장의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