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 입구에 서비스센터 매각을 규탄하는 노조의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사진=조재환 기자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 입구에 서비스센터 매각을 규탄하는 노조의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사진=조재환 기자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한국GM)의 9개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일이 2026년 2월15일로 결정되면서 '철수 수준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는 노조의 반응이 나왔다.

20일 오전에 찾은 대지 면적 3970.60㎡(약 1201평)의 서울 영등포구 한국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이곳은 5월 매각 방침 발표 이후 내년에 폐쇄될 예정이다. 건물 입구에는 '직영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GM의 만행을 강력 규탄한다'는 금속노조 한국지엠사무지회의 메시지가 부착돼 있었다.

이곳은 쉐보레, 캐딜락, GMC 등 한국GM이 국내에서 운영하는 3개 브랜드를 통합하는 형태로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오픈 당시 윌리엄 헨리 GM 해외사업부문 애프터세일즈 전무는 “고객이 제품경험, 구매, 서비스까지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건물 1층에는 세 브랜드의 주요 차량을 홍보하는 전시장도 마련돼 있었다. 한국GM은 전시장을 열 당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캐딜락 리릭 △GMC 시에라 드날리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을 전시했지만 20일 현재 캐딜락 차량들은 보이지 않았다. 

 

20일 현재 한국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 1층 전시장 모습. 이곳은 캐딜락, GMC, 쉐보레 브랜드를 전시하는 통합 전시장이지만 캐딜락 차량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조재환 기자
20일 현재 한국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 1층 전시장 모습. 이곳은 캐딜락, GMC, 쉐보레 브랜드를 전시하는 통합 전시장이지만 캐딜락 차량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조재환 기자

 

하지만 한국GM은 서울서비스센터가 문을 연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5월 ‘GM 한국사업장 비즈니스 업데이트’ 자료를 내고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GM은 직영 서비스센터를 매각하는 이유에 대해 “급변하는 산업 및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들을 정리하는 대신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고객지원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계획이다.

폐쇄 일정이 확정되자 노조는 19일 오전 서울서비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한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 대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회사가 어려울 때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런 우리에게 회사가 돌려준 것은 노사 합의를 깨고 2026년 2월15일 직영정비를 폐쇄한다는 통보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의원은 “정확한 차량진단과 책임 있는 애프터서비스(AS)는 직영정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이 체계가 무너지면 고객불편이 커질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판매량 감소도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한국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 1층에 매각 규탄 메시지를 부착해놓았다. /사진=조재환 기자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한국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 1층에 매각 규탄 메시지를 부착해놓았다. /사진=조재환 기자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을 시작으로 △2019년 5월 인천물류센터 △2021년 3월 제주부품센터·창원물류센터 △2022년 11월 인천 부평2공장 등 주요 생산시설과 물류센터를 연이어 폐쇄했다. 여기에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까지 문을 닫으면 정비부품지회 조합원은 가족과 떨어져야 하며 고용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매각 조치 이후에도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용은 보장된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윤영섭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장은 “조합원은 입사 이후 정비만 했을 뿐 공장 라인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며 “직영 정비를 폐쇄하면 부평이나 창원 등으로 다시 이전해야 해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영 사업소가 없어지면 고객 불만이 폭주할 것이고 그 비용은 고객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일 오전 한국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에는 정비를 맡기기 위한 차량보다 매각 반대 문구가 담긴 현수막과 부착물들이 더 많이 보였다. /사진=조재환 기자
20일 오전 한국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에는 정비를 맡기기 위한 차량보다 매각 반대 문구가 담긴 현수막과 부착물들이 더 많이 보였다. /사진=조재환 기자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지난해 2월 부평 본사에서 열린 서비스 네트워크 콘퍼런스에서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와 함께 고객경험을 향상시키고 서비스 혁신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지는 1년도 지나지 않아 흔들렸다. 비자레알 사장은 5월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발표 당시 “이번 조치는 비즈니스 효율성 확보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의원은 “결국 회사 스스로 쇠퇴를 부르는 결정”이라며 “이는 철수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GM 관계자는 노조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5월에 발표한 비즈니스 업데이트 내용 외에 추가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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