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로 접어들면서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창구를 걸어 잠그자 실수요자들이 "유동성 절벽"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산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상승과 함께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등 필수적인 보증상품 판매가 중단된 탓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묶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행도 최근 MCI·MCG를 활용한 모기지신용보증 신규 신청을 중단했다. 또 하나은행은 25일부터 연말까지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의 영업점 대면 신청을 전면 중단한다.
이날 현재 다른 시중은행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국민·신한·농협은행은 이미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했고, 우리은행은 지점별로 월 대출 한도를 배정해 '선착순'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대출 신청을 한정적으로 접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목표를 기존 대비 50% 축소했다. 명목 GDP 성장률 이내로 가계부채를 묶어두려는 의지다. 연간계획을 초과한 은행에 대해서는 내년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페널티까지 예고했다. 은행들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창구를 닫고 있는 셈이다.
은행은 정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억제했다.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차감해 계산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이고, 가산금리는 덧붙이는 추가 금리로 은행이 개별적으로 결정한다.
실제 주담대 금리가 2년 만에 6%를 넘어섰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비싼 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으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주담대 대출을 한 달 만에 재개한 뒤 매일 신청 시작 이후 2~3시간 내 한도가 소진되고 있다.
여기에 MCI·MCG 보증상품 판매 중단은 실수요자에게 더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소액임차보증금을 차감하지 않고 담보인정비율(LTV)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인데, 차주들이 보증상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출 한도가 즉각 삭감되기 때문이다.
실제 농협은행은 6월, 신한은행은 8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이달부터 MCI·MCG 보증상품 가입을 중단했다. 사정이 이렇자 실수요자들은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해가 바뀌면 은행들의 대출 한도가 초기화되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어서다. 다만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연간 총량이 아닌 '월별·분기별'로 대출을 통제하겠다는 입장으로, 대출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문제가 아니라 대출 한도가 나오느냐가 실수요자들의 관심 사안"이라며 "대출 공급 절벽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