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다시 한번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으면서 AI 열풍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거품’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버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경영진이 실적발표 자리에서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계연도3분기(8~10월) 엔비디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달러로 월가 전망치인 550억달러를 웃돌았다. AI 칩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512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이 예상한 493억1000만달러를 상회한 것은 물론이며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주당순이익(EPS)은 1.30달러로 예상치인 1.26달러를 뛰어넘었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전망치를 65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이 전망한 619억8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3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미국의 첨단 AI 칩 수출 통제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을 내지 못 하고 있지만 기대 이상의 실적 전망을 제시했다. 황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전망은 ‘제로’”라며 우리는 훌륭한 제품들로 중국 시장과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정말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황은 지난달 2026년까지 5000억달러 이상의 블랙웰과 루빈 AI 칩 매출을 확보했다고 말했는데 엔비디아는 이를 재확인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마 주문을 더 받게 될 것”이라며 “발표한 5000억달러 외에 더 추가될 여지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앤트로픽과의 계약 등 신규 고객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적 발표 이후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AI 버블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돼있다”며 “기술 투자자들이 샴페인을 터뜨릴 만한 순간”이라고 전했다.
하그리브스랜스다운의 매트 브리츠먼 애널리스트는 “AI 분야 중 밸류에이션이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는 영역도 분명 있지만 엔비디아는 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제프리스는 엔비디아가 블랙웰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인 GB300 판매 덕분에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냈다”며 이번 실적이 연말까지 전반적인 AI 관련주에 “안정감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시노버스트러스트의 대니얼 모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설비투자 지속성, 순환적 자금조달과 경쟁 심화를 경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실적은 투자자들에게 엔비디아의 실행력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확신을 준다”며 이번 실적이 이러한 우려를 적어도 다음 분기까지 “지연시켰다”고 덧붙였다.
이마케터의 제이콥 본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또 한 번의 블록버스터 분기를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은 점점 전력, 부지, 전력망 접근성 같은 물리적 제약이 하이퍼스케일러들이 GPU 용량을 실제 매출로 전환하는 속도를 제한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황은 엔비디아가 칩 공급망 외의 요인들이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지, 전력, 데이터센터 건물과 당연히 이를 위한 자금 조달까지 매우 많은 파트너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며 “이 중 어느 것도 쉽지는 않지만 모두 해결할 수 있고 관리 가능한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등이 자체 AI 칩 설계 및 판매에 나서서 엔비디아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제이 골드버그 시포트리서치파트너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그들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판매분이 매진됐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추가 ‘깜짝 실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엔비디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의 목록이 잘 풀릴 수 있는 요소들의 목록보다 더 길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