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저질약을 걸러낼 수 없다."

최근 성분명처방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입장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약국이 성분만 보고 약을 선택하면 품질이 낮은 제네릭(복제약)이 환자에게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다 보면 결론은 한 곳에 도달한다. 제네릭 자체가 믿을 수 없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의사들이 지금까지 써온 처방도 문제라는 얘기가 된다.

이 사안에 대한 의사단체의 논리구조는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한다 △약국이 여러 제네릭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중에 저질약이 있을 수 있다 △환자에게 위험하다 등이다. 여기에 숨겨진 전제는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제네릭 중에는 저질약이 상당수 섞여 있고, 의사나 약사는 이를 구분해내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논리의 출발선에서 이미 제네릭 제도 전체를 부정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초점은 성분명이 아니다. 이 논리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비판의 대상은 성분명처방이 아니라 제네릭 허가·관리제도, 즉 '생물학적동등성' 체계여야 한다. 시장에 저질약이 그렇게 많다고 믿는다면, 지금까지 그 약들을 기반으로 수십년간 의사들의 처방이 이뤄져왔다는 사실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성분명만 막는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현실에서 의사들은 이미 수많은 제네릭을 처방해왔다. 의사 개인이 제조소를 방문해 품질을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생동성 자료를 직접 읽고 판단하는 구조도 아니다. 처방의 실제 근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했고 생동성을 통과했으니 쓴다'는 전제뿐이다. 성분명이냐, 브랜드명이냐는 레이블 차이일 뿐 의사가 품질을 직접 검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결국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의사들이 제네릭 제도를 기본적으로 신뢰하면서 정치적·전략적 이유로 저질약 프레임을 과장해서 씌우고 있거나, 정말로 제네릭을 믿지 못하지만 그 약을 환자에게 수십년간 처방해왔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현재의 반대 논리는 과거 자신들의 처방 관행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제네릭 제도를 신뢰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저질약이 섞여 들어온다'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생동성 기준이 일정 수준의 동등성을 보장한다는 전제로 진료해왔다면, 성분명으로 쓰든 브랜드명으로 쓰든 환자가 받는 약의 품질은 제도에 의해 관리된다. 이 경우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저질약 우려'는 사실상 성분명 논쟁을 위한 구호에 가깝다.

반대로 제네릭 체계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비판의 화살은 정부와 제약사만이 아니라 처방하는 의사 자신들에게도 돌아온다. 믿지 못하는 약을 수년간 환자에게 써온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라 성분명처방을 막는다고 해도 의사의 도덕적·전문적 책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처방 관행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정책 논의의 방향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제네릭 체계가 문제라면 성분명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생동성 기준, 제조소 관리, 품질정보 공개 등을 어떻게 손볼지가 본론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의사단체의 메시지는 이 구조적 논의를 피해 간 채 '성분명처방은 위험하다'는 데만 머물러 있다. 논리의 결과가 가리키는 곳과 실제 공격의 방향이 다른 셈이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더 단순하다. 대부분의 환자는 브랜드명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회사의 어떤 제네릭인지도 모른다. 환자가 실제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의사 개인의 감이 아니라 제네릭을 걸러내는 규제 시스템이다. 의사단체가 정말로 환자의 안전을 얘기하고 싶다면 성분명처방 여부보다 이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할지부터 짚는 것이 정직하다.

따라서 성분명처방과 관련해 '저질약이 섞여 들어온다'는 말을 반복하는 순간 의사단체는 이 논리로 제네릭 제도를 함께 부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제도를 기반으로 이뤄진 자신들의 처방까지 동시에 흔들어버린다.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갈 용의가 없다면 애초에 그런 논리를 들고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이 논쟁은 성분명과 브랜드명 중 무엇을 선택할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단체가 강조하는 '저질약 위험'이 정말로 제네릭 전체를 부정하는 선언인지, 아니면 성분명처방을 막기 위한 과장된 '레토릭'인지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지금처럼 애매한 상태로 두면 설득력을 잃는 쪽은 환자도, 정부도 아닌 의사단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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