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여천NCC에 빌려준 3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분과 맞바꾸기로 했다. 이에 부채 3000억원이 자기자본으로 전환되면서 여천NCC의 부채비율은 20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사의 결단으로 한번 더 호흡기 찼다
2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 대여금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천NCC 채권단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양대 주주사는 이달 중 출자전환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곳으로 그동안 중국의 무리한 증설로 석유화학 업황이 둔화되면서 영업손실을 기록해왔다. 올해 3월 주주사에 신주를 배정하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재무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주주사는 대여금 형태로 3000억원을 긴급 수혈했지만 여천NCC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주주사 대여금 이자율은 4.6%로 이는 올해 6월 기준 여천NCC 차입금 평균 이자율 4.45%보다 소폭 높다. 이에 여천NCC가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1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지만,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액이 약 2000억원으로 사실상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재무상태다. 그러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이자를 물지 않아도 된다.
시장에서는 대여금 출자전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주주사 역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시기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조치가 없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상황에서 주주사들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천NCC는 회사채 투자자와의 약정에 따라 연말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할 경우 조달 자금을 강제로 조기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 채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여러 채권이 연달아 '기한이익상실(EOD)' 트리거를 터치하는 크로스디폴트 조항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자전환할 경우 한숨을 돌리게 된다.
출자전환은 차입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부채는 차감되고 그만큼 자기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단순계산하면 부채는 9월 말 기준 2조2781억원에서 1조9781억원으로 줄어드는 반면 자기자본은 6588억원에서 9587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기존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346%라면 주주사의 조치 이후에는 20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회사채 EOD 사유가 발생할 위기를 맞았지만 재무비율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리스크 헤지 측면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도 주주사가 나서줘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부채비율 상승에 따른 회사채 조기상환 이슈는 상당 부분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떨어질라 서둘러 회사채 상환
주주사의 결정으로 고비를 넘긴 여천NCC의 다음 행보는 부채 축소다. 실제로 일부 사모사채는 조기상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5.7% 금리 조건에 사모 시장에서 발행한 3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했다. 이는 만기가 2027년 7월로 상환까지 여유가 있었다. 앞서 내년과 2027년 연이어 만기 도래하는 2건의 사모사채도 미리 변제했다.
여천NCC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지금보다 1노치만 하락해도 EOD 요건에 해당되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이러한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