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차바이오텍,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사진 제공=차바이오텍,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차바이오그룹이 카카오헬스케어를 인수합병(M&A)하면서 그룹 내 디지털헬스 라인이 누구 중심으로 재편될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딜이 오너3세 차원태 부회장의 첫 대형 M&A이라는 점은 향후 사후통합관리(PMI) 과정에서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교체 여부와 계열사 간 역할 조정 등 그룹 전체의 리더십 구조가 새로 짜일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병원, 인공지능(AI), 플랫폼 기능의 조정 방향이 확정되는 시점이 차바이오그룹 전체의 경영 구도를 재정립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타난다.

 

차원태 중심 인수 구조 부상

21일 업계에 따르면 20일 성사된 이번 인수의 배경에는 차 부회장이 자리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는 병원·헬스케어·데이터를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설정해온 인물로, 디지털헬스 사업이 그의 중기 전략 포트포리오에서 핵심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를 전면에 세우는 방식은 본사를 통하지 않고 실행력 중심의 조직을 직접 재편하려는 그의 의중이 반영된 선택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시장은 이번 딜을 차원태 중심의 디지털헬스 축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최근 그룹이 솔리더스 등 비핵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흐름도 차 부회장이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재편 기조와 맞물린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는 병원과 데이터 사업을 양대축으로 삼는 구조를 강조해왔고, 이번 인수는 그룹 전략축을 '병원-데이터-플랫폼' 삼각체제로 재배치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헬스케어 조직을 계열사 중심으로 재배치한 것도 이 같은 전략 개편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번 M&A가 차바이오그룹의 중기 성장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는 첫 실행 단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지분 인수를 넘어 차원태 체제의 중장기 지배구조 방향을 가늠할 신호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디지털헬스 라인을 계열사로 이관하고 본사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중심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구도는 차원태가 그려온 이원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여겨진다. 향후 디지털헬스 조직의 일원화와 리더십 조정이 이어질 경우 차원태 중심의 그룹 내부 권한 배분 구조가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딜이 차 부회장의 경영 포지션을 재정립하는 분수령이 될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 부회장이 이번 딜에서 중심 인물로 지목되는 것은 그의 최근 행보가 디지털헬스와 병원 인프라를 연결하는 데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싱가포르 법인 재편, 글로벌 병원망 확장, 데이터 표준화 프로젝트 등을 주도해왔고, 그룹 내 디지털헬스 과제를 총괄하는 역할을 사실상 맡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의 주요 경영진 인선 과정에도 깊게 관여해왔다는 점은 이번 인수 구조 설계에서 그의 영향력이 컸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시장에서는 그의 경영 자율성이 확대되는 흐름이 이번 M&A로 명확히 드러났다고 본다.

 

PMI+대표 교체 가능성 급부상

이번 딜을 두고 PMI 또는 조직 재정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병원·AI·플랫폼 기능이 3개 법인에 분산된 대주주 체제로 재편되면서다. 인수 주체가 본사가 아닌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 두 곳으로 분리돼 있다는 점은 역할과 의사결정 라인의 중복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특히 플랫폼 중심의 기존 카카오헬스케어 모델에 병원 기반의 차바이오그룹 운영체제가 결합되면 구조적 충돌 지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따라붙는다. 이 같은 설계를 감안하면 딜 종결 직후 조직 통합 논의가 바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PMI 가능성을 높게 보는 근거로 차AI헬스케어(舊 제이준코스메틱)의 전례를 거론한다. 차AI헬스케어는 인수 직후 대표 교체, 이사회 전면 재편, 사업 목적 변경, 조직 정비 등을 빠르게 단행하며 디지털헬스 법인으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전면 개편형 PMI' 경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카카오헬스케어에서도 유사한 통합 시나리오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차AI헬스케어가 이번 딜에서 주체로 참여했다는 점이 PMI 강도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선례는 카카오헬스케어 대표직의 변화 여부에 주목하는 계기로 이어진다. 새로운 대주주 체제가 디지털헬스 기능을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인 만큼 현 황희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바이오그룹 내부인사가 플랫폼·데이터 기능을 통합관리하는 형태가 유력하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다만 대표 교체 시점은 유동적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딜 종결 전까지는 카카오 조직과의 조율 과정이 남아 있어서다.

2차 유증에서 500억원을 투입하는 외부 투자자가 참여한 점도 관전 포인트다. 이는 PMI가 3자 조정 구조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의 기반이 된다. 이 경우 의사결정을 어떤 법인이 최종 책임질지, 플랫폼과 병원 기능을 어디에 배치할지가 통합 과정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다. 특히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가 각각 의료·데이터 사업을 맡고 있어 기능 중복을 최소화하려면 권한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 3자 구조가 PMI 속도와 강도를 결정할 최대 변수라고 보고 있다.

 

관건은 디지털헬스 사업 일원화

향후 최우선 과제로는 '디지털헬스 사업 전반의 일원화'가 지목된다. 병원 기반 데이터와 카카오헬스케어가 보유한 플랫폼 기술을 어떤 구조로 결합할지에 따라 신규 서비스 범위와 확장 속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AI 진단·예측 서비스, 병원 연동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글로벌 병원망 연계 등은 모두 데이터 표준화와 기술 호환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초기 설계의 완성도가 핵심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카카오헬스케어를 어떻게 단일구조로 묵을지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사업화 전략도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차바이오그룹이 보유한 미국·싱가포르 등의 해외 네트워크는 확장 여지가 있지만, 플랫폼과 데이터 기능이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해외 운영 모델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헬스케어의 기존 플랫폼 구조가 국내 의료기관 중심으로 최적화돼 있어 해외 병원과 연동하려면 서비스 구성과 사업 방식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글로벌 확장 전략이 PMI 이후 별도 단계로 후순위에 배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배구조와 조직 체계를 어디까지 일원화할지도 장기 과제로 남는다. 디지털헬스 핵심 기능을 계열사 중심으로 재배치한 만큼, 의사결정 체계를 단일화하지 못하면 통합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MI 결과에 따라 조직 배치가 추가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부상한다. 특히 플랫폼·데이터·병원 기능이 서로 다른 법인에 존재하는 구조는 헙업 비용을 높일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차원태 체제에서 디지털헬스 라인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정착되는지가 중장기 성과를 가를 핵심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차바이오텍 측은 아직 M&A 초기 과정인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카카오와의 지분 교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 황 대표의 거취와 조직 개편 등에 대한 질문에는 "카카오와의 파트너십 강화로 진행될 사업 방향은 공개 가능한 시점에 공식적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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