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천N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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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여천NCC에 빌려준 대여금을 회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채권단 요구에 응한 것이지만 주주사 입장에서는 큰 결단이다. 출자전환으로 보유 주식이 늘면서 여천NCC의 재무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됐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에 대여한 총 3000억원을 이달 중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여천NCC는 연말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하면 회사채를 강제 조기 상환해야 할 위험에 놓여있다. 하지만 이번 주주사의 결정으로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져 해당 문제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다만 주주사는 여천NCC 관련 연쇄적 재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날 열린 DL케미칼 이사회 승인안을 보면 향후 여천NCC에 빌려준 1500억원을 주식 773만6345주 전환할 예정이다. 이를 역산하면 대여금의 주당 가치는 1만9389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기존 여천NCC 장부가치를 주당 가치로 환산한 1만9364원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한화솔루션은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지만 DL케미칼과 같은 방법으로 자산 가치를 평가해 주식으로 맞교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장부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출자전환이 이뤄져 대여금 회수를 포기한 것 만으로는 주주사가 손해를 입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여천NCC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확대될 우려가 높아졌다.  

기존에도 여천NCC의 영업손실은 주주사의 회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여천NCC가 당기순손실을 입으면 주주사는 보유 지분 만큼 지분법 손실로 처리해왔다.

이와 더불어 여천NCC에서 자산 손상 징후가 발견될 때마다 주주사가 회계상 비용 처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천NCC 지분 공정가치(회수 가능액)가 장부가치를 미달하면 주주사는 손상차손을 인식하게 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여천NCC의 실적 악화에 따른 손상 이슈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감액 처리 규모는 향후 밸류에이션에 따라 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결정할 때부터 이미 예상된 수순"이라며 "향후 추가 지원 가능성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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