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작=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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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시달려온 오너 리스크와 적자를 해소한 신풍제약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한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생산라인을 손 보는가 하면,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주력 제품의 특허를 잇따라 취득하면서다. 특히 자기자본의 4분의1 이상을 들여 의약품 공장을 개선하는 등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40년 노후화' 안산공장 624억 들여 손질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의약품 생산시설 개선과 특허 확보 등으로 '스케일업' 전략을 펴고 있다. 

먼저 오송·안산 등 2개 공장에 시설투자를 단행한다. 투입되는 금액은 총 624억원으로 자기자본(2580억원)의 24.2%에 해당한다. 공사 기간은 2028년 11월까지 약 3년으로, 단순 시설보수를 넘어 체질개선을 위한 선제조치다. 

노후화된 안산공장은 자동화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고 오송공장은 증축해 생산능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회사는 두 생산거점을 동시에 개선해 장기적인 성장 로드맵의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안산공장은 가동된 지 40년 이상 돼 설비노후화 이슈가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신풍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페니실린계 항생제 '린박탐주' 관련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및 기준서·지시서 미준수로 1개월의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안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페니실린 제형 일부의 제조가 15일간 중단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안산공장에 자동화설비를 새로 들이고 노후설비와 유틸리티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오송공장도 증축에 나서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안산공장 노후화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오송공장의 생산능력을 키워 규제 변화와 수요 확대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너 리스크 해소 이후 본격 '스케일업'

신풍제약은 최근 설비투자에 이어 항바이러스제 '피라맥스'의 글로벌 특허를 연이어 확보하며 스케일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미국에서 코로나19를 포함한 유행성 리보핵산(RNA) 바이러스 감염질환의 예방·치료에 사용하는 약제학적 조성물(피로나리딘·알테미시닌)에 대한 특허등록 결정을 받았다. 앞서 6월에는 유럽과 국내에서, 3월에는 중국에서도 동일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주요국에서 순차적으로 특허를 취득해 향후 피라맥스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넓히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간 발목을 잡아온 오너 리스크를 털어내면서 경영기반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오너2세인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의 횡령·배임 의혹이 9월 무혐의 처분으로 일단락되면서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5월 장 전 대표와 지주사인 송암사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369억원의 손실을 회피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블록딜 매도 결정 시점이 임상 결과를 인지하기 전이었다는 점이 확인돼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경영정상화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연결기준 매출은 1766억원으로 전년동기(1658억원) 대비 약 6.5%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4억원, 7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손실 833억원, 순손실 268억원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뚜렷이 개선됐다. 

3분기 단일기준으로도 실적개선이 이어졌다. 매출은 626억원으로 전년동기(558억원)보다 12.2% 증가했고 영업이익 72억원, 순이익 64억원 등으로 전년동기의 영업손실 2억원, 순손실 1억원에서 플러스 전환했다.

이같이 재무체력까지 확보되면서 대규모 설비투자 등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풍제약 측은 "오송과 안산공장의 제조 선진화로 생산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향후 파이프라인 확대에 대비해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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