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이 벨기에 부동산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450여건의 자율배상을 결정했지만 실제 배상비율을 놓고 재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판매사 3곳에 관한 금융당국의 현장검사가 진행 중으로, 내부통제 위반이 확인될 경우 기존 합의 건 마저 재산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현재 한투증권에 접수된 벨기에펀드 관련 민원은 883건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458건이 불완전판매로 판단돼 자율배상이 결정됐다. 전체 판매 1897건 중 약 24.1%에 해당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설정 원본 583억원 중 339억원에 민원이 제기됐고 자율배상 금액은 총 60억7000만원 수준이다.
문제가 된 벨기에펀드는 2019년 설정된 뒤 현지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하는 구조였다. 5년 후 임차권을 매각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었지만 금리 상승과 유럽 부동산 경기 악화가 겹쳐 사실상 전액 손실로 나타났다. 만기형 구조 특성상 판매 당시의 위험 설명이 충분했는지가 이번 배상 판단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한투증권은 적합성 원칙·설명의무·부당권유 금지 위반 여부에 따라 배상비율을 최소 30%에서 60%까지 부여했다. 여기에 금융취약계층 여부, 해당 상품이 최초 투자상품인지 등을 가산 또는 차감해 최대 8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결정된 사례를 보면 232건이 30~35%, 172건이 40~45%, 44건이 50~55%, 9건이 60% 이상으로 분포했다.
그러나 이 배상비율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공산이 커졌다. 금감원은 판매사에서 진행한 자율배상 기준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내부통제 위반이 확인될 경우 "기존 처리 건까지 배상기준을 재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실상 배상비율 상향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둔 셈이다.
금감원에는 한투증권과 KB국민은행을 대상으로 한 분쟁 민원도 372건 접수돼 있다. 이 중 90건은 판매사 자율배상으로 종결됐지만 166건은 자율조정에 실패해 금감원이 직접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했다. 남은 민원 역시 검사 결과에 따라 배상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해외 부동산·대체투자 상품의 리스크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발생한 만큼 배상 수준뿐 아니라 상품 구조·심사 과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이슈와 관련, 투자자 피해가 장기간 잠복될 수 있는 만기형 구조에 대해서는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