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를 거쳐 지배체제가 바뀐 기업의 재무·손익 현황을 짚어봅니다.

두산밥캣의 전기 텔레핸들러 /사진 제공=두산밥캣
두산밥캣의 전기 텔레핸들러 /사진 제공=두산밥캣

 

두산밥캣이 2021년 지주사의 산업차량사업부를 인수하며 수익구조를 핀셋 개편한 지 4년이 지났다. 기존 지게차에 '두산' 대신 '밥캣' 이름표를 달고 미국에 수출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 밥캣 브랜드 인지도 편승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한정된 제품 라인업으로 고심이 컸던 두산밥캣이 성공적으로 숙제를 풀어낸 셈이다. 

 

산업차량 인수로 수익다변화 전환점

두산그룹은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밥캣을 인수했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차세대 굴삭기 제품들이 중국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선진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할 기회를 노렸고, 이의 일환으로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은 밥캣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 

밥캣은 북미 소형장비 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춘 데다 기술력도 높이 평가됐다. 소형장비는 보수적인 고객사의 특성상 신규 브랜드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들 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밥캣은 상위권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밥캣에도 취약점은 있다. 주력 제품이 미니 굴삭기와 소형로더 등 소형장비에 국한됐고 대형 건설기계나 특수장비 분야로 확장하기가 어려웠다. 또 도심 같은 협소한 지역의 공사에 특화돼 한정된 수요에 따른 제약도 존재했다. 이뿐 아니라 판매채널 확대에도 한계를 보였다. 실제로 밥캣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경쟁사에 비해 딜러망 확장이 제한적이었다.

2019년 수요처 다변화를 위해 조경장비 업체 모어를 인수했지만 이 역시 소형장비에 속해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본격적인 수익구조 다변화는 2021년 ㈜두산의 산업차량 부문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한창이었다. 현재의 '㈜두산-두산에너빌리티-밥캣' 지배구조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사업부문(현 HD현대인프라코어)을 매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밥캣이 산업차량 부문을 넘겨받은 것도 여러 계산이 깔린 행보였다. ㈜두산은 사업부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했으며 밥캣은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이에 따른 수익이 대주주인 두산에너빌리티로 배당을 통해 흘러간다면 그룹 차원의 재무전략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러한 구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두산 관할일 때보다 밥캣으로 이전된 직후 산업차량 부문의 시너지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밥캣의 딜러망을 공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 산하에서 지게차를 판매할 당시에는 수출 규모가 크지 않았다"며 "기존 밥캣의 북미 딜러들이 지게차를 함께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판매를 확대한 결과 밥캣 내 산업차량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21년 9.2%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16.4%로 확대됐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 기준으로는 15.2%로 소폭 줄었지만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자료=두산밥캣
/자료=두산밥캣

 

딜러망 공유에 따른 북미 시너지…변수는 관세

밥캣 이관 이전에는 인천공장에서 지게차 등을 생산하면 이를 ㈜두산 현지법인인 두산인더스트리얼비히클아메리카가 매입해 북미 시장에 유통하는 방식이었다. 이밖에도 ㈜두산은 벨기에, 영국 등에도 각각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해외법인은 산업차량을 밥캣이 운영하면서 변화를 겪었다. 우선 유럽법인의 이름은 두산인더스트리얼에서 두산밥캣으로 모두 변경됐다. 또 두산인더스트리얼비히클아메리카는 기존 두산밥캣의 북미법인인 두산밥캣노스아메리카와 통합됐다. 

북미 시장 매출은 △2021년 1733억원 △2022년 6250억원 △2023년 8147억원 등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6063억원으로 다소 둔화됐다. 올해 실적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밥캣 브랜드 통합 효과가 소멸됐다기보다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부 품목에 이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미국 행정부의 조치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차량은 생산 인프라가 국내에만 존재해 관세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며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 이후에 딜러들이 보수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면서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판매량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5월에 가격을 8%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