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대역폭을 활용해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채널과 데이터의 압축율이 높으면 이 기술을 적용해야 될까 말아야 될까? 당연히 활용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일 것이다. 지난해 말 IPTV 시범 사업을 벌였던 KT컨소시엄은 그동안 디지털TV방송 기술 기준인 MPEG2를 활용하지 않고 H.264(또는 MPEG4 AVC(Advenced Video Coding))를 적용했다.


H.264는 압축 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리는 약점이 있지만 압축율이 뛰어나고 스트리밍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송하기에 간편하다. 

1Mbps정도의 네트워크 대역폭을 활용해 DVD 수준 화질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통신 사업자나 케이블TV업체들은 연구소에서 테스트를 해왔지만 이를 실환경에 적용해 실시간 방송을 구현한 것은 이번 IPTV 시험 방송이 처음이었다.


KT콘소시엄은 시범 서비스 3개월전에 휴맥스에 의뢰해 관련 셋톱박스를 공급받았다. 그런데 KT의 IPTV 서비스는 채널과 채널을 옮기는 시간이 5초 정도 걸리고 가끔 콘텐츠가 끊기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에 대해 KT의 한 관계자는 "아직 셋톱박스가 최적화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로 3월을 목표로 셋톱박스 업체와 협력해 안정화 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MPEG2 기반으로 테스트해오다 실제 환경에 처음으로 적용했던 만큼 시범 서비스를 통해 확인된 문제는 빠른 시일내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KT에 셋톱박스를 제공한 휴맥스의 한 관계자는 "시범서비스 과정에서 다양한 기능들을 검증하고 있으며, 채널의 전환 속도와 안정성 등을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최근에는 지상파 데이터 서비스의 기능도 추가로 IPTV 시범서비스에 추가돼 서비스한 만큼 서비스가 하나 얹어질 때마다 그에 걸맞는 테스트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휴맥스는 ST마이크로의 H.264 IP셋톱용 칩을 사용해 셋톱박스를 제조하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H.264를 통해 IPTV 시범 서비스에 나서자 케이블TV협회도 KLAB을 통해 정부에 관련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의 디지털TV 기술 기준은 MPEG2이며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들의 경우 이미 MPEG2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만큼 H.264로 전환하기에는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단독채널 방송이기 때문에 다채널 위주의 IPTV나 케이블TV방송 사업자들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설명.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 전송방식을 함부로 교체할 수 없다.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자칫 잘못하다간 기 투자된 자금이 날라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보통신부는 대신 케이블TV 사업자는 좀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구두로 정부에 H.264 기술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케이블TV협회는 지난해 말 정식으로 관련 사항을 논의해달라고 정부에 공문을 보냈다.

정보통신부 전파방송사업부 김호성 사무관은 "이미 관련 의견에 대해 청취하고 있으며 관련 사항들을 점검하고 있다. 신기술이 출현하자마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는만큼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H.264 기술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지는 않고 이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은 HD채널 전환과 다채널 제공에 H.264 기술이 적용될 때 통신사업자들의 IPTV와의 경쟁도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해 왔다. IPTV 서비스가 올해 정식적으로 서비스되고 케이블TV방송사업자들도 H.264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국내 셋톱박스 시장도 H.264 칩을 탑재한 장비로 급격히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셋톱박스 업체들은 SD급 방송과 HD급 방송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장비로 시장에 우선 대응한 후 향후 시장 동향에 따라 전면적으로 H.264 위주의 셋톱박스를 시장에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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