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 영역에서 불고있는 인수합병(M&A) 소식은 전세계 IT 시장이 점차 과점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수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던 상황에서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IBM 같은 글로벌 업체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던 많은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점점 더 비대해지고 있다.

수많은 업체들을 모두 비교하기는 어렵더라도 오라클과 티맥스소프트의 행보를 보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아래 표는 오라클이 2005년과 2006년에 인수합병한 회사들이다. 오라클의 인수 합병 전략에 대해 한국오라클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의 폭을 넓히고, 고객의 요구 사항에 더욱 빠르게 대응하며, 협력 관계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며 "오라클 인수합병 철학의 핵심은, 매출을 높이고 주주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서비스와 제품 지원에 대한 약속을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을 한다.
오라클은 2005년 1월 JD에드워즈와 피플소프트를 필두로 20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에 20여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필요한 솔루션이나 기업을 파악하여 인수하고, 인수한 기업의 제품을 기존의 자사 제품과 통합하는 것이 오라클의 핵심역량으로 자리잡았다. 새로운 시장에 빨리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전문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되는데 오라클은 이런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업체다. 또 다른 점은 자사가 약한 솔루션에서 나아가 산업 특화 솔루션을 인수하는데 상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와 유통, 철강, 자동차 등 각 분야별 산업 주체들은 초기 정보화를 단행한 이후 이런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기 산업을 더 잘 지원할 특화 솔루션을 찾아왔다. 이런 고객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
오라클의 인수합병은 '기존 시장을 통합하는 효과가 큰 경우', '특정 산업군에서 그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전문역량이나 지식의 폭이 심화되는 경우', 그리고 '자체개발보다는 특정 지적 자산을 인수하여 시장에 더 빨리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를 고려한다.
기존 시장을 통합하는 효과가 큰 경우는 피플소프트 인수가 대표적이다. 오라클은 피플소프트 인수 전에도 인사관리 SW(HCM) 분야에서 2위 업체였다. 오라클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이 분야 1위 업체인 피플소프트를 인수하면서 HCM 시장을 통합하여 업계에서 부동의 1위로 자리잡았다.
산업 특화 솔루션 기업을 인수하면서 전문 역량과 해당 분야 지식의 폭이 심화된 경우는 임베디드 솔루션을 인수했을 때다. 오라클은 지난해 2월 임베디드 사업 본부를 신설했다. 오라클은 임베디드 사업을 위해 버클리DB를 개발한 Sleepycat이나 통신 시장을 겨냥해 핫십(HotSip) 등을 인수함으로써 임베디드 시장에 맞는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오라클은 이러한 인수 기업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3G, 가전기기, 차량용 정보시스템, 통신 분야 등 임베디드 분야의 핵심 시장에서 사업을 더욱 활발히 진행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국내에 연구개발 센터를 오픈한 분야도 바로 이런 인수 합병의 결과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체 개발보다는 특정 지적 자산을 인수하여 시장에 더 빨리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는 지난해 9월 운송관리솔루션 업체인 G-Log를 인수한 것. 오라클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오라클 제품과의 장점을 결합하여 출시한 운송관리솔루션을 기반으로 물류전문회사(LSP: Logistics Service Provider), 해운회사, 국방분야와 물류비 지출이 과다한 제조업체 고객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전략이다.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티맥스소프트의 전략을 살펴보자. 티맥스소프트는 '침투 전략'을 고수하고 있고, 이런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침투 전략은 특정 분야에 인력과 자금, 기술력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미 국내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대형 외산 글로벌 기업들의 약한 고리를 집중 공략해 생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시장에서의 선전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현재 티맥스는 이런 침투 전략을 통해서 프레임워크 기반 솔루션을 비롯해 보안,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애플리케이션 통합, 데이터베이스, 기업포털, 보안 솔루션 등 각 분야의 솔루션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 대해 티맥스소프트의 관계자는 "우선 상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동할 금액이 한정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것과는 별개로 전체적인 아키텍처를 공유하면서 각 제품별 연결고리를 찾아나갈 때 기존 고객은 물론 티맥스가 지향하는 바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전한다.
그는 또 "IBM이 수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했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 대해 시장 지배력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시장 영향력이 큰 업체가 단행한 인수합병도 성공하기 힘든데 티맥스가 이것 저것 인수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겠느냐, 또 그렇다고 해서 고객들이 티맥스 제품을 모두 안심하고 구매해주겠는가. 그건 아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티맥스의 최근 행보에서 눈여결 볼 대목은 SK텔레콤이나 은행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다. 국내 시장은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열풍이 불었고, 이를 상당히 당연시하지만 해외 고객들은 여전히 천천히 움직인다. 티맥스가 통신사나 금융권 고객들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해외 메인프레임 고객들의 다운사이징 프로젝트에 다가설 수 있는 기틀을 잡은 점은 그런 면에서 주목된다. 특히 SK텔레콤과 티맥스가 협력하고 SKC&C가 해외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외산 벤더들과의 차이점이다. 국내 산업계를 통해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해 나가는 것.
핸디소프트의 경우도 국내 그룹웨어 시장을 평정했지만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금융권 시장에서도 선전하면서 제조업체 일변도의 고객사도 다변화했다. 핸디의 경우 여전히 특화 솔루션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내 고객사들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규모나 자금력은 외산 업체들과 비교 상대도 아니다. 시장 지배력 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올해 국내 솔루션 업체들이 제공하는 각 제품별 업그레이드는 물론 산업 특화 전략도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이다. 거대 솔루션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설자리를 잡아가는가는 여전히 국내 솔루션 업체들에게는 과제다.
오라클이 인수한 기업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