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장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시장에서 IP를 지원하는 단일 장비로 엑스박스만큼 가정 시장에 파고든 제품이 없다. 엑스박스는 게임기지만 단순 게임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통신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제품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개최된 라스베거스 CES 2007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에 IPTV 지원 기능을 강화해 홈 네트워킹 시장에 한발 더 다가서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홈 서버 시장에서도 HP와 손을 잡고 진출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발표로 홈 네트워크 시장을 놓고 가전 업체와 PC 업체간 경쟁은 올 하반기부터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엑스박스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의 차별점으로 인터넷 연결을 통한 온라인 게임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에 접속해 전세계 게이머들과 네트워크 게임도 할 수 있다. 또 엑스박스 라이브를 통해 음성과 화상 채팅도 가능하다. 지금은 메신저 업체들처럼 자사 회원간 연동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전화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이런 음성과 화상 채팅 기능은 더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 


또 엑스박스 라이브 마켓플레이스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최신 게임의 데모와 아케이드 게임, 트레일러, 영화, 동영상 등 각종 컨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다. 엑스박스 360은 DVD 플레이가 가능할 뿐 만 아니라, USB 포트를 통해 모든 휴대 장치와 연결하여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엑스박스 360에서 각자 소유한 Mp3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며, 디지털 카메라로 찍거나 PC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TV에서 최고의 그래픽으로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며, 기기의 한글화 덕분에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다른 예로 온 가족이 함께 거실에 둘러 앉아 엑스박스 360에 저장된 음악을 들으며, 여행 때 함께 찍은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엑스박스가 셋톱 시장에 바로 진출하기에는 여러가지 난제가 섞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국내 엑스박스 제품을 개인용 이외의 상업용으로 승인을 해주지 않은 것. 최근 엑스박스 360 게임들은 오락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콘텐츠들이 많은데 여러 법규와 본사 정책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강력하게 새로운 시장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승인이 나더라도 우리나라 정부의 승인이나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는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개인 고객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다른 사업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부의 승인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의 조직 문제 등 해결해야 될 것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정용 셋톱박스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지만 국내 통신사들이 원하는 가격대와 기능을 바로 적용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최고의 파트너인 휴맥스나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경쟁해야 되는 문제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일이다. 

물론 국내 셋톱박스 업체들은 통신사에 납품해야 되는 문제로 인해 다기능 제품을 생산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일단 TV와 연결하거나 IPTV 혹은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미들웨어 최적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다기능을 제공하려면 그만큼 셋톱박스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셋톱박스 가격이 상승하면 통신사와 소비자 부담이 동시에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로텔레콤이나 KT 등 IPTV나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도 아직은 가정 내 모든 기기들을 엮을 수 있도록 셋톱박스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로텔레콤측은 "향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PC에 저장된 이미지나 음악들을 TV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기존 하드웨어에 이미 USB 포트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애플컴퓨터도 셋톱박스 시장에 진출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이제 가정용 홈 네트워크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시장에 셋톱박스를 수출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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