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더니, ‘장터’가 생겼단다. 픽스카우(www.pixcow.com). 직접 만든 동영상을 사고 파는 사이트란다. ‘수능 노트 비법’, ‘다림질 비법’같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동영상 가격은 제작자 임의로 결정한다. 값은 ‘치즈’로 매기는데, 치즈 1조각은 100원이다. 무료로 보게 해도 된다. 동영상을 사면 일정 기간동안 스트리밍 형태로 사이트에서 시청할 수 있다. 유·무선 다운로드 서비스는 저작권 보호기술을 적용한 뒤 차후 제공된다고 한다.
‘국내 최초의 UCC 동영상 오픈마켓’. 픽스카우가 내세운 서비스 출시 의의다. 막 개시한 남의 영업점에 소금 뿌리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솔직히 심드렁하다.

문제는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 픽스카우는 UCC를 개인끼리 사고 파는 방식(C2C)을 내세웠다. 기업이 개인에게 판매하는(B2C) 방식도 병행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UCC의 C2C 판매모델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해피캠퍼스같은 리포트 거래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비즈폼처럼 문서양식을 돈 내고 내려받는 건 B2C의 대표적 모델이다.
두 경우 ‘타깃’이 명확하다. 해피캠퍼스는 리포트를 손쉽게 쓰려는 대학생의 ‘귀차니즘’을 파고들었다. 장난삼아 시작한 서비스에 학생들이 열광하자 업체측이 오히려 놀랐단다. 2001년 유료화로 바꿨지만 학생들의 호응은 식지 않았다. 지난해만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요즘에는 초등학생의 방학숙제를 대신해주는 전문업체도 성행한다고 한다. 비즈폼도 업무에 필요한 각종 문서양식에서부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으로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챙겼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개인 제작자(=판매자)는 들러리에 그친다. 돈을 내고 볼 만한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아무래도 비용과 시간이 들게 마련이다. 개인이 이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대 기업(B2B), 기업대 개인(B2C)간 판매가 대세로 자리잡는다. 네이버가 2004년 4월 시작한 지식시장(km.naver.com)을 보라. 팔리는 건 공들여 만든 국책연구소의 유료 보고서이거나, 이 곳에 입점한 전문업체(비즈폼 같은)가 파는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전문 동영상 제작업체로선 이 곳을 이용해도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어차피 만들어 파는 콘텐츠인데, 팔 수 있는 ‘윈도우’가 하나 더 추가됐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판매 수익의 일부를 떼주면 그만이다.
사정이 이러니, ‘네가 만들었으니 직접 팔라’는 식의 얘기는 아무래도 개인 제작자에겐 부담스럽다. 그럼 개인 제작자와 장터 운영자 모두가 돈을 벌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플랫폼 사업자(=장터 운영자)가 영업에 나서는 건 어떨까. 영업을 하려면 밑천이 있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영업 밑천은 콘텐츠다. UCC 동영상을 모아 모아 한 곳에서 무료로 보게 한다. 사람이 하나둘 모일 것이다. 많이 보는 동영상이 있을 테고, 한두 번 보고 마는 것도 있을 테다. 플랫폼 사업자는 방문자수와 콘텐츠수를 기반으로 영업을 해서 이윤을 남기고, 일부를 콘텐츠 제작자인 회원들에게 돌려주면 된다. 어떤 영업으로 수익을 내냐고? 온라인 광고를 유치하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든, 그건 장터 운영자가 고민해야 할 몫이다.
또 하나.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이 있겠다. 일단은 여기저기서 광고를 무료로 받아온 다음, UCC 제작자들이 마음에 드는 광고를 골라 동영상에 붙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것이다. 광고 노출횟수(혹은 클릭수)에 따라 광고주에 돈을 받아 UCC 제작자와 나누면 된다. 미국 페더레이트미디어(www.federatedmedia.net)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다.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테다.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UCC를 제작자가 직접 팔도록 하지 말고, 장터 운영자가 공짜로 뿌리라는 것. 그걸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UCC 제작자에게 나눠주라는 것. 이 또한 장터 운영자의 영업력에 의존하므로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도 UCC 생산 대가를 안정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보다 가능성 높은 대안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정교한 수익배분 시스템은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