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SAP 고객의 반이 중견중소기업이고, 국내도 이와 비슷하다. 몇 천만원에서부터 5억원 정도까지 중견중소기업들의 규모에 맞는 다양한 솔루션이 준비돼 있다. SAP 제품은 명품이면서 동시에 고가라는 선입견을 깨는 것이 올해 가장 큰 관심사다."
SAP코리아의 이덕성 전략영업본부 부사장은 올해 중견중소기업(SMB)의 ERP 공급에 가장 큰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SAP는 지난해 6월부터 채널 파트너 프로그램인 '파트너에지'를 강화해 왔다. '파트너에지는' 중견중소 기업들을 담당하는 SAP 파트너 업체들의 비즈니스와 서비스, 인센티브 정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아태지역에서 2010년까지 중견중소 고객을 3배로 증가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그동안의 행보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덕성 부사장은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 하지만 대기업과 동일한 업무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이런 고객들에게 좀 더 밀착된 형태로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힌다.
그는 또 "ERP 프로젝트가 끝나도 대기업들은 전담팀이 있어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서 적용하는데 별 문제가 없지만 중견중소기업들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관련 인력들이 현업으로 복귀해야 한다. 이런 중견중소기업 고객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니지먼트 사업이나 아웃소싱 사업, 다양한 템플릿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검증된 파트너가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6개월 간 파트너에지 프로그램을 구동한 후 중견중소 기업을 위해 SAP 자체의 조직을 변경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지난 6개월간 시장 상황을 더 점검한 후 이제는 본격적인 구현을 위해 움직일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각 산업별 특화된 솔루션이 필요하다. 또 중견중소기업들에게 전담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유지보수 지원할 전문 업체의 확보는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이런 준비도 끝났다는 설명이다.
SAP가 중견중소기업 고객들과 이를 지원할 파트너에게 제시하는 것이 바로 산업별 템플릿 인증제도와 CCC(Customer Competence Center) 인증이다. SAP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고객들은 각 산업별로 다양하다. 이런 고객들이 빠르고 쉽게 정보화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각 업계에 통용되고 있는 '최고의 실행방안과 프로세스'를 미리 만들어 놔야 한다. SAP 파트너들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당 프로젝트에 적용된 템플릿을 SAP에 공개한다. SAP는 이런 템플릿들을 평가해 경쟁력 있는 내용들을 인증해준다. 이렇게 인증된 템플릿들은 동일한 산업계 정보화 구축때 이용된다.
파트너는 인증된 템플릿에 대한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받고, 라이선스까지 취득할 수 있다. 또 전세계 파트너들도 공유할 수 있다. 형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아니지만 자신들이 구축한 지식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생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덕성 부사장은 "템플릿은 전부 프로젝트에서 나온다. 이런 템플릿이 많으면 많을수록 프로젝트 기간이 단축되고, 지원 예산들도 절감할 수 있다. IT 투자예산이 많지 않은 고객과 솔루션 업체, 파트너가 모두 사는 길"이라고 밝힌다.
CCC 인증은 SAP가 자사의 솔루션을 적용하고 운영하는 조직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는 물론 기술적 측면의 보유 역량과 고객 서비스 내용과 체제를 정성적, 정량적으로 엄격히 측정해 정해진 기준을 통과해야 제공되는 인증이다. 특히, 고객지원 관리, 내부 마케팅 활동 관리, 계약 프로세스 관리, 개발 요구 관리 등을 철저히 심사함으로써 SAP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조직의 역량 강화는 물론 고객사의 ROI(투자대비효과) 증대와 TCO(총소유비용)를 감소하도록 유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전담 조직이 없을 때는 인증받은 파트너사를 통해 아웃소싱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규모 정의는 매번 혼란스럽다. 어디서부터 중견중소기업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 접근 방식이나 솔루션의 규모가 틀려진다. SAP코리아는 2005년 매출 기준으로 5000억원에서 1조원, 2000억원에서 5000억원, 그리고 그 이하 등으로 시장을 나누고 있다. 모두 중견중소 시장이지만 매출액에 따라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또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SAP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며 그에 따라 상당히 고가라는 인식이다. 또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이덕성 부사장은 "이미 몇천만원부터 5억원까지 기업 규모에 따라 모두 구비돼 있다"고 전하고 "유연성 문제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 SAP의 제품들은 전세계 수많은 기업들에서 적용되는 프로세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세스를 한번 세워놓고 따르기가 힘들고 껄끄럽다고 해도 이런 검증된 프로세스를 따를 때의 이점이 훨씬 크다. 유연성을 너무 좋아하다보면 모든 시스템들을 손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지 파악조차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인터뷰에서 이덕성 부사장은 "SAP도 이미 중견중소기업 고객들에게 ASP(응용프로그램 서비스 제공자) 형태는 물론 IBM이 온디맨드 형태로도 제공하고 있다. 직접 구축은 물론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대부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중견중소기업 고객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덕성 부사장은 "중소기업이 잘돼야 대기업들도 경비 절감이 가능하다. 또 중소기업 ERP는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지적이나 우리에겐 안맞는 옷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잘 알고 있다. 설비 투자가 중요하지만 정보화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SAP코리아와 국내 파트너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AP는 올해 서버 기반 아키텍처 제품군이 100% 완성되는 만큼 중견중소 기업들도 이런 혜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인 넷위버를 사용할 경우 운영비용이나 시스템 통합 문제 등에서도 상당히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의 국내 경기 상황이나 달러화나 엔화 대비 국내 원화 가치의 급변은 중소기업들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다. 분명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보화는 1차적인 해법이 아닐 수 있다. 가격 경쟁력 일변도의 기업 체질 자체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전세계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런 위기의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에게 어떻게 정보화의 효과를 현실적으로 제시할지의 몫은 SAP를 비롯해 전체 IT 업체들이 떠안아야 될 짐이다. SAP 뿐 아니라 IT 업체들이 어떤 해법을 제시하면서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의 진정한 파트너로 자리잡을지도 관심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