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소프트웨어 전략과 관련해 일단 한국IBM 소프트웨어 그룹의 전략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제가 느끼는 몇가지 '간격'과 '틈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국IBM 박정화 소프트웨어 그룹 담당 전무는 "한국IBM 소프트웨어 그룹은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서비스 조직을 통해 얻은 매출과는 별개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올해도 이런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한국IBM 소프트웨어 그룹은 크게 미들웨어인 웹스피어 사업부, 정보관리사업부, 티볼리사업부, 로터스사업부, 래쇼날사업부 등 크게 5개 부문과 IBM이 보유한 이 많은 솔루션들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파트너를 지원하는 솔루션파트너 사업부 등 6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IBM 소프트웨어 그룹의 모토는 고객의 혁신을 돕는 '혁신자로서의 혁신자'입니다. 고객의 혁신을 돕기 위해 자사가 먼저 혁신을 단행하고 이렇게 단행된 혁신의 성과물들을 고객과 공유하겠다는 것이죠.


가장 큰 그림은 서비스 기반 아키텍처(SOA)입니다. SOA는 기업들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성할 때 매번 개발하거나 재구축하지 말고 한번 개발된 내용들을 필요에 따라 재사용하고, 또 서로 다른 시스템간 데이터들을 단일 기업 내부나 혹은 다른 기업과 사업을 할 때도 사용하자는 개념입니다.


IT 벤더 뿐아니라 고객들 모두 SOA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객들은 각 부서나 별도 프로젝트에 자신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소프트웨어도 이에 맞게 개발해 왔습니다. 업계에서는 보통 '사일로'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사일로가 있다보니 투자는 투자대로 하지만 다른 부서에서 이미 개발해 놓은 것을 활용하지 않게 됩니다. 비효율적인 내용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IT 벤더는 물론 IT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고객들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이죠.


IBM은 지난해 10여 곳의 고객사와 SOA 관련 파일럿 프로젝트를 벌였습니다. 처음부터 구축하는데는 많은 무리가 있는만큼 일단 관련 기술을 테스트하고 자기 회사에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예비로 진행해 보는 것이죠.


IBM은 SOA 관련 미들웨어 뿐아니라 컨설팅, 서비스 분야를 아우르는 'SOA 파운데이션'과 '비즈니스 중심 SOA', 'SOA 거버넌스'를 발표하고 고객의 SOA 환경을 구현할 수 있도록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 다른 영역으로는 정보관리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인포메이션 온 디맨드' 전략을 내세웁니다. IBM의 온 디맨드 전략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서비스 모두에 적용되는 것인데요, 쉽게 풀어보면 원하는 만큼 쓰고, 그에 맞도록 값을 지불한다는 겁니다. 전기나 물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전기나 물의 경우 사용자가 이 전기가 어디를 거쳐서 어떻게 왔는지 안따지고, 물도 마찬가집입니다. IT에서 제공하는 모든 것들도 이렇게 돼야 한다는 것이죠.


IBM은 XML(확장형 마크업 랭귀지) 처리 기능을 강화한 DB2 9.0과 데이터통합, 마스터데이터 관리, 데이터 서비스, 콘텐츠 관리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고객의 서로 다른 정보 관리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티볼리와 래쇼날은 접근 방법은 틀리지만 운영 관리의 라이프 사이클을 모두 관리하고, 개발의 모든 사항들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마지막으로 '온디맨드 워크플레이스' 구현을 들 수 있는데요, 이는 협업 환경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단순 그룹웨어 환경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별 요소들을 찢어놓고 본다면 다들 한가닥 하는 제품들이죠. 여기서 IBM 소프트웨어 그룹과 소프트웨어 담당 기자와 '틈새'가 벌어집니다. 이 틈새는 서로가 메워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이 틈새 때문에 제대로 정보가 전달이 안될수도 있고, 서로 동일한 사건을 가지고 엉뚱하게 반대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또 세계적인 기술 흐름을 주도하는 것과 이를 국내에 적용하는 것에서의 역량과 토양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또한 틈새입니다. 


한국IBM은 올해 국내 진출 40년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한국IBM은 하드웨어 업체라는 인식이 강했고, 여전히 이런 인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드웨어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를 거져 주는 경우가 많았죠. 아마도 이 문제 때문에 IBM의 소프트웨어 분야의 변화를 기자가 놓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90년대 말부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IBM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사업을 전개하면서 소기의 성과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 비한다면 국내에서는 그 영향력이 미비합니다. 미들웨어 분야에서는 티맥스와 BEA에게 고전하고 있고,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는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세에 눌려 있습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SAP와 손잡고 SAP ERP에 최적화된 DB2를 제공하고 있고, 몇몇 회사가 이를 유통하고는 있지만 큰 흐름을 좌지우지 할 정도는 아닙니다. IBM에서는 성과라고 하지만 기자들이 현장에서 느끼거나 고객을 만났을 때는 여전히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합니다.  


로터스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익스체인지 제품을 통해 거센 반격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당수의 IBM 로터스 고객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10여년 사용하던 고객들이 선택한 것이죠. 래쇼날도 성과를 내기는 하지만 국내 개발 툴 시장은 원래가 아주 작습니다. 티볼리의 경우에도 IT 서비스 관리 분야에서 HP와 CA에게 밀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IBM은 인정을 안하지만요.


IBM을 비롯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본사와 전세계 기술 트렌드 변화를 이야기할 때 고개가 반쯤만 끄덕여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수많은 성과와 혁신의 내용들이 대부분 해외 사례인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그렇고, 자사가 보유한 새로운 SW가 출시되더라도 본사에 우선적용될 뿐 현지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립니다.


워크플레이스 온디맨드의 경우 소셜 네트워킹이나 블로그, 위키와 같은 활용이 단적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IBM 소프트웨어 그룹이 하드웨어 종속적인 구조와 조직 문화에서 서서히 탈피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한국IBM이 한국HP라는 경쟁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를 합니다. 하드웨어 업체는 소프트웨어를 거져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그 말과 그 말 속에 내재된 소프트웨어 조직과 인력들의 안타까움과 현실적인 힘겨움을 말입니다. 

그렇지만 한국IBM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국내에서 확실히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본사와 같은 혁신적인 행보, 스스로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개발자들에게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에 대한 현지화 등 여전히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서 기자가 가지고 있었던 몇가지 선입견들은 해소됐습니다. 이제는 냉정히 성과로 답한 다음에 소프트웨어 분야도 강세다라는 말을 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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