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환율을 보셨나요? 뜬금없이 웬 환율이라고 하실텐데, 저도 보긴하는데 눈여겨 잘 안보다가 오늘 좀 봤습니다. 이 기사를 작성하려구요. 현재 4시 20분에 1달러당 937.80원이고 1원당 엔화는 7.8668 원입니다.
환율 문제와 석유값은 국내외 기업들의 경제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무시무시한 외생 변수입니다. 일장 일단이 있습니다. 달러화가 떨어지면 그만큼 부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대신에 달러 대비 원화 매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업체들도 이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도 외평채를 남발해서 1달러 당 원화 가치를 조절하려고 하는데 이마자도 정부의 개입이라는 소리 때문에 여의치않습니다.
각설하구요. 소프트웨어 업체나 국산 네트워크 장비, 외산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에겐 어떤 일이 생기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여기 A라는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있습니다. 이 업체는 일본에 관련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환율이나 지금 환율은 무시하도록 하겠습니다.)
2006년 1월에 1달러 대비 1040원하던 원화의 가치가 연말에 94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대략 10% 정도 떨어지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장비를 개발, 조립하는데 드는 해외 부품을 예전보다 싸게 사올 수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런 부품, 특히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가는 칩의 가격은 원가 비중이 상당히 낮다는 겁니다. 혜택이 크지 않죠.
이렇게 됐을 때 해외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된 나라들은 관세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네트워크 장비는 무관세로 국내에 수입되고 있습니다. 수입 업체들은 원화가 1달러당 1040원 할 때 구매할 때보다 940원 할 때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예전 가격에 납품을 해도 그만큼 벌는 것이죠. 또 가격을 더 내려도 됩니다.
그럼 국내 업체들은 환율이 하락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앉아서 잃게 됩니다. 외산 업체가 가격을 낮추면 자신들도 그냥 낮추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셈이죠. (물론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달러로 월급받다가 달러가격이 떨어지니 수입이 주는 문제가 있지만 이것은 이번 사항이 아니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A업체는 일본에 수출을 합니다. 그런데 일본 현지 법인을 세우지 않고 그냥 주문이 있을 때 공급하는 형태의 사업을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런 업체가 많기 때문이죠.
2006년 초에 100엔당 900원이었던 것이 연말에 100엔당 770원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똑같은 1억엔의 매출을 달성했더라도 연초에는 9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게되지만 연말에는 7억 7000만원 정도로 매출이 떨어집니다. 매출도 줄어들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앉아서 순익도 공중으로 날라가는 것이죠.
대기업들은 별도 조직에서 환율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달러나 엔화를 많이 사놨다가 적절히 급작스런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저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을 놓고 있을 지경입니다. 대기업도 두손 두발 든다는 상황에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나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와 네트워크, 부품 업체 등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들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이 해당 기업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죠.
국산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말 무슨 대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안철수연구소는 일본과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놓고 있고, 435억원의 지난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10% 정도가 아직 안되고 있어서 별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해결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랍니다.
IT 업체들은 매번 국내 사업 뿐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분들이 환율에 대해서도 얼마만큼의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업들이 어떻게 환율 문제에 대비해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구 속 시원히 해결책을 제시해 줄 분 안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