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 언리미티드(Applications Unlimited)!!


위 의미가 한번에 와 닿으시나요?


어떤 회사가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까요?


'오라클(Oracle)'입니다.


오라클은 전사적 자원 관리(ERP)와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솔루션(SCM)과 관련해 자사가 보유했던 기존 솔루션은 물론 JD에드워즈 제품과 피플소프트 제품, 시벨 제품등 주요 응용프로그램 제품군 5가지의 신제품을 발표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언리미티드라는 마케팅 메시지는 오라클이 인수했던 대표적인 기업용 응용프로그램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지 않고 고객들이 원하는 날까지 끝까지 업그레이드를 하겠다는 각오를 표출하는 내용입니다.


국내에서는 JD에드워드 고객사가 65개사를 넘고 있어 이런 메시지는 아주 적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시벨 제품군을 사용하는 고객사들도 지원 메시지 자체만큼은 반길겁니다. 시벨 제품이 무거워서 걷어내던 아니던 말입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할 때 보통 인수한 제품을 더 이상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시장에서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서 인수합병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되면 기존에 관련 제품을 사용하던 고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인수한 회사 제품을 사용하던가 아니면 또 다른 회사의 제품을 도입해야 합니다. 

오라클도 원래는 자사의 제품군으로 인수한 제품들을 통합하려다가 경쟁사인 SAP의 공격적 영업과 인수한 제품을 사용하던 고객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관련 제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그런 메시지가 현실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라클은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 릴리스 12), 피플소프트 엔터프라이즈 릴리스 9.0, 시벨 CRM 8.0, JD 에드워즈 엔터프라이즈원 8.12, JD 에드워즈 월드 A9.1의 5가지 제품군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번 제품 업그레이드에 대해 김철 한국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컨설팅 세일즈 본부장은 "차세대 기술 지원과 고객 요구 대거 수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전하고 "특히 각 산업별 특화 솔루션들이 유기적으로 ERP와 CRM, SCM 제품군에 통합되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자사의 모든 제품들이 표준 기반의 서비스 기반 아키텍처(SOA)를 지원하며 프로세스 통합을 위한 업계 표준인 BPEL(Business Process Execution Language) 기반으로 수많은 프로세스들을 서로 다른 시스템간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웹 2.0 개념들을 기술적으로 수용하면서 사용자와 협력사간 시스템이 좀더 밀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은 기업용 응용프로그램 시장에서 SAP라는 거대 선발 주자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SAP를 따라잡기 위해 경쟁사인 피플소프트를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품에 앉았고, JD에드워드도 삼켰습니다. 또 CRM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시벨도 인수했습니다. 고객들에겐 모든 제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관련 제품들간 호환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당연히 표준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죠. 자사의 퓨전 미들웨어가 각 응용프로그램과 긴밀히 연동된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 간담회에서 SAP와의 경쟁 관계보다는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새로운 모델 방식인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대표 기업인 세일즈포스닷컴의 급성장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외국계 기업 종사자들은 공식적인 발표회자리에서는 경쟁사에 대해서 코멘트하지 않도록 미디어 교육을 받습니다. 괜한 오해를 살수도 있고, 업계에 파장을 일으킬 발언이 나올 수도 있기에 조절을 하는 것이죠.


김철 상무는 다만 사견임을 전제로 세일즈포스닷컴에 대해서 말을 했는데, 그 말 속에 최근의 고객들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김철 상무의 견해를 한번 들어보시죠.


"세일즈포스닷컴이 급성장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 사견으로 말씀드린다면 저희와 SAP 등과 세일즈포스닷컴의 시장 영역과 접근 방식이 많이 다르다고 봅니다. 우선 세일즈포스닷컴은 CRM 한 분야만 합니다. CRM만 해가지고는 고객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기존 시스템과 통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점은 고객이 속한 산업계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따르긴 해야되지만 유연성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각 기업의 특화된 프로세스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객들은 한 산업군에만 속해있지 않고 기회가 있는 또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더라도 기존에 자사가 보유한 고유의 프로세스가 자연스럽게 적용되길 바랍니다. 그런면에서 SaaS가 가진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김철 상무는 또 최근 SCM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분야 또한 세일즈포스닷컴이 지원하지 못하는 분야압니다. 김 상무는 "협업, RFID, 수요 기반(Demand Driven)'이  SCM 시장의 3대 트렌드라고 전합니다. 본지사간, 파트너사들간 협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RFID라는 사업의 성장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수요 기반이라는 말은 부연 설명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초기에 자사의 정보화에 집중해 왔는데, 이제는 협력 업체들까지 이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공급망이 짜여졌을 때 더 큰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수요 예측을 하고 판매 계획을 세우고, 자재 수급 계획과 생산 계획을 세우는데 초기에 경미한 오차가 협력사로 갈수록 점차 커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눈덩이처럼 금새 커지는 것을 연상하시면 될 겁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수요 기반에 대한 점검을 수시로 전개하고 이런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죠. 이런 모든 것들이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형태로 모두 만족시키기엔 힘들다는 주장입니다.


필요한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는데 모든 것이 그렇게 될 것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오라클이 SaaS와 같은 변화에 대해 마냥 팔장만 끼고 있지도 않습니다. 지난해엔 협력사인 넷서브를 통해 KT의 ASP(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로바이더)인 비즈메카에 ERP ASP 사업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 하드웨어 업체들이 데이터센터에 지능화된 관리를 강조하면서 이들이 요구하는 형태의 라이선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HP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은 CPU 위주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매했는데 최근에 지능화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유연한 트래픽 관리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라이선스 정책 변경이 필수적이다. 오라클도 전통적인 CPU 위주의 라이선스를 탈피하면서 IT 서비스 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자유롭게 됐다"고 전하더군요.


새해 들어 대한항공이라는 걸출한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한국오라클입니다.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강력한 시장 점유율이 기업용 응용프로그램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까요?  김철 상무는 "우리가 약속한 메시지가 어떻게 현실화됐는지 중간 보고를 드리는 것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김철 상무와 못다한 이야기는 조만간 다시 한번 만나 세부적으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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