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에너지 소비 측정과 절감을 위해 업계와 정부의 협력 증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AMD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리눅스월드 오픈솔루션 서밋(LinuxWorld OpenSolutions Summit)’의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과 전세계 데이터 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을 측정한 포괄적인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연구 조사 결과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포털이나 IDC를 운영중인 통신사와 대기업 고객들이 점검하기에 유용한 자료로 보인다. 

AMD는 저전력 칩을 발표하면서 고전력 칩을 제공해왔던 인텔을 궁지로 몰아세웠고, 기업 시장에서 25%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인텔이 지난해 새로운 저전력 칩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면서 전력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량에 대한 철저하고 신뢰성 높은 측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AMD의 후원 아래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 연구원이자 스탠포드 대학 교수인 조나단 쿠미(Jonathan Koomey) 박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번 연구에서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스트럭처의 소비전력은 2005년 기준으로 5백만 kW(kW: 소비전력. 일률의 단위로, 일률이란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00 MW급의 발전소 5개가 생산하는 전력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또한, 지난 2005년 한해 동안 미국 내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된 전력량은 서버와 냉각기구, 관련 보조기구 등의 전력소모를 포함해 약 450억 kWh(kWh: 소비전력량. 일의 단위로, 실제 일한 양을 의미)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27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방식으로 전세계의 데이터 센터 전력소모에 따른 비용을 환산하면 연간 72억 달러에 달한다.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지난 2000년 이후 5년간 데이터 센터 전력소모량은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 전세계에 공급된 서버의 총 소모전력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구체적인 계산은 시장조사업체인 IDC가 집계한 서버 출하량과 출하된 각 서버 모델별 대당 소모전력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같은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을 주도해 온 AMD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관련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도록 관련 업계 내외부가 함께 에너지 효율성 증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AMD의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부문 담당 랜디 알렌 (Randy Allen) 부사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소비가 IT 업계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비즈니스 관계자, 정부 및 정책 입안자들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는 데이터 센터 에너지 사용에 대한 수요를 그대로 둔다면 성장을 저해하고 실제 비즈니스에 새로운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세대의 에너지 효율적인 서버를 통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성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연구 결과로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알렌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AMD가 미국 환경보호국(EPA, the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와 미국 자원부(the U.S. Department of Energy)를 포함한 정부 기관과 업계 리더들과 협력을 통해 IT 산업에서의 에너지 소모를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MD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섰지만 국내에서는 학계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국내 생산되는 가전과 PC 장비들에 대한 에너지효율성을 점검하고 있고, 관련 인증 마크를 부여해 공공 기관에 납품할 때 이를 확인하고는 있지만 기업용 시장에서 사용되는 서버의 경우에는 관련 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서버와 개인용 PC 규모나 전력 소모량을 봤을 때 여전히 개인용 컴퓨터가 훨씬 많다. 이를 통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하고 "서버의 경우에도 이를 점검하면 좋겠지만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점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서버의 전력 소모량과 관련한 기준이나 사용량 관련 연구도 국내 학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 서버 제조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미비하고, 해외 서버 업체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어 전력 문제를 심도있게 연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전세계 서버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또 이를 진행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서버가 외산제품이기 때문에 이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평가하기도 어렵다. 기준을 마련해도 그 기준이 세계적으로 객관성을 띄기도 힘든 상황이기에 일단 해외에서 관련 기준들이 마련될때까지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AMD코리아나 인텔코리아도 에너지관리공단과의 접촉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해외에 비해 그리 활발한 상황은 아니다. 서버 업체로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자사 서버의 에너지효율성을 강조하기 위해 에너지관리공단과 접촉을 벌이고 있지만 이후 뚜렷한 점검 안이 도출되지는 않고 있다.


한편, 국내의 경우 x86 서버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포털 업체들이 전력 문제에 가장 민감하다. 이들은 인텔 칩 탑재 서버에서 AMD 칩 탑재 서버로 교체하거나 KT,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 등의 IDC(인터넷 데이터센터)에 입점한 상황에서 IDC들이 전력 소모량을 기준으로 과금 체계를 바꾸려고 하자 독자적인 IDC 구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직접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포털 업체는 하나도 없다.


물론 일반 기업들도 블레이드 서버를 도입하면서 기존 IDC에 대한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고, 신규 IDC를 구축하면서 전력 문제를 검토하고는 있지만 전력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로 대두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도 언제까지 팔장을 끼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IDC들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으로 지목되고 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을 구축해야만 한다. 

IDC가 환경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통신사들이 보유한 IDC의 경우 대부분 시내 한 복판이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 옆에 있기에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력 문제가 환경 문제로 번지지 않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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