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T)이 가속화되면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뿐만 아니라 비 ICT 분야 기업들도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이하 개발자)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업이 DT를 추진하는데 우수 개발자는 필수 인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블로터>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SW 개발자의 일자리 환경: 개발자의 직업 가치와 일자리 만족도' 보고서를 기반으로 개발자들이 원하는 직업 가치에 대해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익명 기반의 직장인 커뮤니티 플랫폼 '블라인드'를 통해 1000명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분석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다. 조사는 올해 6월14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진행됐으며 분석에 활용된 총 표본 수는 723명이다. <편집자주>
▲ 네이버 사옥(왼쪽)과 카카오 사무실 입구. (사진=네이버·카카오)
▲ 네이버 사옥(왼쪽)과 카카오 사무실 입구. (사진=네이버·카카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개발자는 다른 기업의 개발자보다 직무·직장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응한 개발자가 재직중인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는 이른바 '네카라쿠배'라고 불리는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앱)을 비롯해 토스·아마존웹서비스코리아·이베이코리아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기존 개발자를 비롯해 개발자를 꿈꾸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곳들로 꼽힌다.

네카라쿠배, 직무·직장 만족도 높고 이직 의도 낮고
직무·직장 만족도와 이직 의도 중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그 외 기업 재직자간 가장 큰 점수 차이를 보인 항목은 직장 만족도다. 직장 만족도에서 인터넷 플랫폼 기업 재직자는 평균 3.4점(이하 5점 만점)을 기록한 반면 그 외 기업은 2.72점에 그쳐 0.68점의 차이가 발생했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개발자 중심 기업문화와 처우, 복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직무 만족도에서도 인터넷 플랫폼 재직자들은 3.52점으로 그 외 기업(3.01점)을 앞섰다. 이처럼 직장과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보니 인터넷 플랫폼 기업 재직자들의 이직 의도는 3.72점으로 그 외 기업(4.10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개발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직업 가치에 대해 묻는 문항인 △외재적 △내재적 △관계적 △여가적 가치 중 인터넷 플랫폼 기업 재직자들은 내재적 가치에 대한 평균 점수가 4.56점으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내재적 가치는 즐거움·새로운 배움 등을 의미하며 외재적 가치는 지위·명예·급여·커리어 등과 관련된 가치를 뜻한다. 관계적 가치는 동료나 내·외부 인적 네트워크와 관련된 것이며 여가적 가치는 업무량의 적정성, 자율성, 워라밸(워크와 라이프 밸런스의 준말, 일과 삶의 균형) 등을 의미한다.

내재적 가치에 이어 여가적 가치가 4.43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체 개발자들의 반응과 같은 결과다. 네 가지 직업 가치 중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그 외 기업 재직자간 평균 점수의 차이가 가장 큰 항목은 여가적 가치로 조사됐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 재직자의 여가적 가치 평균 점수는 4.43점, 그 외 기업은 4.27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99% 신뢰구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의미한다.

▲ 인터넷 플랫폼과 그 외 기업에 재직중인 개발자의 평균 점수 차이.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 인터넷 플랫폼과 그 외 기업에 재직중인 개발자의 평균 점수 차이.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플랫폼 기업으로 쏠리는 우수 인력…노동 시장 '2중 구조' 우려
인터넷 플랫폼 기업 재직자의 직무·직장 만족도가 그 외 기업에 비해 높은 것은 각종 서비스를 통해 신기술을 접하며 자기발전을 할 수 있는 내재적 가치를 상대적으로 더 충족시켜주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개발자들이 중요시 여기는 직업가치는 업무를 하며 얼마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나, 새로운 기술·능력을 배울 수 있나 등이 포함된 내재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뿐만 아니라 쇼핑·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매출과 영업이익 수준도 다른 ICT 기업에 비해 높다보니 개발자에 대한 처우도 상대적으로 좋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는 약 1억250만원, 카카오는 약 1억800만원(이상 급여·상여 포함)이다.

이처럼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개발자들의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가치를 상대적으로 더 충족시켜 주면서 우수 인력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기업들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과의 우수 개발자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그 외 기업으로 개발자 노동 시장이 구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관계자는 "한번 인터넷 플랫폼으로 진입한 개발자는 이직을 하더라도 유사한 플랫폼 기업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해 노동 시장이 플랫폼과 그 외 기업으로 2중 구조를 형성될 수 있다"며 "우수 인력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어 다른 기업들도 개발자의 직업 가치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