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비 업체들은 한편으론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주저하지 않는다. UC 환경을 구축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저렴한 비용과 막강한 파트너 관계를 통해 IBM이나 시스코를 정조준한다. 특히 네트워크 분야에서 관련 장비들을 모두 출시하고 있는 시스코의 경우 압박 수위가 장난이 아니다.
허균영 LG노텔 해외 기업영업 부문 과장은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 경쟁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언젠가는 디바이스까지 욕심을 내겠지만 아직은 무리이기 때문에 우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하면서 "생존을 위해선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제휴 배경을 설명한다.
IP 데스크톱 전화 제품은 폴리콤, LG-노텔, 톰슨텔레콤 등 3개사다. PC 주변기기 장비들은 삼성전자, GN넷컴, 로지텍, 모토로라, NEC, 플랜트로닉스, 타퉁 등으로 이들 장비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커뮤니케이션 2007과 연동된다.
HP와의 협력은 이미 예견돼 왔다. HP의 서비스 사업 부문인 컨설팅앤인티그레이션 조직에는 다른 서비스 회사와는 별도로 마이크로소프트 지원부서가 존재한다. HP는 마이크로소프트 UC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하드웨어 장비, 시스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협력 관계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지만 스스로도 개인 대상의 장비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우스와 키보드 등 하드웨어 산업을 전개해 왔는데 최근엔 화상 카메라 시장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관련 디바이스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하드웨어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것.
또 스위스 업체인 이폰도 인수했다. 이 업체는 USB 폰을 개발하는 회사로 NHN이나 SK커뮤니케이션즈 같은 070 인터넷 전화 서비스 업체들이 개인들을 대상으로 USB 폰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인수 배경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런 전략은 보안 분야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안티바이러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루마니아 보안 업체를 인수했었다.
인수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보안 시장의 직접적인 참여는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고객들이 느끼는 보안 문제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기술력이 있는 업체를 인수했다고 밝혔지만 최근 보안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강력한 협력 관계에 있던 시만텍과 결별하고 있으며 시만텍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LG-노텔과 폴리콤은 이런 위협을 알면서도 협력을 단행하고 있다. 그럼 이들의 협력이 어떤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LG-노텔은 마이크로소프트의 UC 환경을 지원하는 전용 IP 데스크 폰을 개발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엔 비디오폰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비디오폰의 경우 윈CE 6.0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내년 2분기 전에는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LG-노텔은 마이크로소프트 UC 플랫폼과 자사 제품을 연동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련 제품에 대한 마케팅도 함께 한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으로 자사의 인지도도 세계 시장에 확실히 알리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노텔의 경우 그동안 단말기 분야가 취약했었는데 이 부분을 LG-노텔이 담당하기 때문에 실보다는 득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텔과도 협력했다. 노텔의 머리디안이나 CS1K/2K 장비에 마이크로소프트 UC와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LG-노텔 허균영 과장은 "애플리케이션 영역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담당하고 LG-노텔과 노텔은 단말기와 교환기 분야를 담당한다. 그동안 LG전자에서 개발하던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요구 사항을 반영한 제품 개발면에서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LG-노텔의 IP 데스트탑 단말기는 5.7인치 액정에 터치 스크린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전화 번호부를 안에 내장할 수 있다. 내년 출시할 비디오 폰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있다. LG-노텔의 경우 이미 이탈리아텔레콤에 PSTN과 이더넷 겸용 화상 전화기를 판매한 실적이 있기 때문에 비디오 관련 기술들도 검증된 상황이다.
폴리콤의 경우 화상 회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분야도 진출하고 있다. 전용 단말기보다는 PC 기반으로 이를 구현하려는 것. 경쟁자이지만 폴리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고 있다.
폴리콤은 개인 화상 단말 분야에 협력하고 있다. 별도 화상회의 시설을 갖추는 룸형 단말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지는 않는다. 전우진 폴리콤코리아 지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UC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화상 회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UC전략에 동참하는 업체들은 일단은 생존의 위협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에서 관련 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은 사실이다. 언젠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단말 시장까지 치고 나온다면 경쟁을 하겠지만 지금은 단말 시장에서 경쟁사를 떨궈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말 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단행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만텍이 걸었던 길을 단말기 업체들이 가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허균영 과장은 "시만텍도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랐다. 만약 시만텍이 그런 협력 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그런 위치에 있을까? 지금은 협력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들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협력 관계는 국내 장비 업체나 화상회의나 웹 컨퍼런싱 솔루션 개발 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통신사와 협력 관계를 통해 사업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UC 전략에 동참하는 것도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통신 사업자들의 광대역 네트워크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 개척에 나서고 있는 국내 단말기 업체들에겐 마이크로소프트의 UC전략을 꼼꼼히 분석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의 UC 전략으로 인해 이제 단말 업체들의 생존 유무도 걸려 있어 보인다. 기자만의 '오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폭발력은 상상 이상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