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업체들의 몸집 불리기는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특히 알카텔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 회사인 알카텔은 미국 통신 장비 업체인 루슨트와 인수 합병 계약을 발표하고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의 완전 통합도 안된 상태에서 알카텔은 캐나다 통신 회사인 노텔의 3G 사업부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3억 2000만 달러로 노텔의 UMTS(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s System) 라디오 액세스 사업부와 관련된 자산을 인수하게 된다.


이번 인수 발표로 알카텔은 3세대 통신 장비 시장에서 에릭슨과 노키아를 바짝 쫒는 3위 업체로 급부상했다. 알카텔은 루슨트를 인수하면서 CDMA EV DO 분야는 물론 최근 전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IMS(Ip Multimedia Subsystem) 분야에서도 강력한 시장 주도 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발표로 유럽과 북미 시장을 아우르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도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텔은 영국 보다폰이나 오렌지 그룹 같은 사업자를 포함해 전세계 14개에 UMTS를 공급했기 때문에 알카텔은 고전하던 3G 시장에서 단숨에 선두그룹으로 진입하게 됐다.


이번 인수로 알카텔은 광대역 무선 액세스, 특히 HSxPA, 3G LTE(Long-Term Evolution) 부분에서 다양한 노하우와 규모를 통해 연구 개발 분야 역량을 혁신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알카텔의 멀티 스탠더드 라디오 솔루션과 SDR(Software Defined Radio technology) 분야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카텔은 노텔의 UMTS 라디오 액세스 기술, 제품 포트폴리오, 관련된 특허와 자산에 고객까지 인수하기로 하였으며, 노텔 UMTS 액세스 사업부 대부분의 인력이 알카텔에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루앙 알카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 사장은 “노텔 UMTS 팀의 전문성은 뛰어나다. 루슨트 인수를 포함한 일련의 통합을 통해 이루어진 규모의 경쟁력은 무선시장에서 큰 성장을 거두기 위한 밑거름이다. 우리는 UMTS와 HSxPA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업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카텔 국내 위상도 급부상

알카텔의 노텔 3G 부문 인수로 국내 시장의 구도 변화도 예상된다. 이미 루슨트를 인수합병하면서 유선 인프라 부문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한 알카텔은 SK텔레콤과 KTF에 3G 장비를 공급한 노텔 덕에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확실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 KT와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한 공동 리얼리티 센터를 설립해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 통신 시장에서 무시못할 장비 업체로 급부상한 것.


정작 애매모호한 입장에 처한 것은 LG전자와 노텔이 협력해 설립한 조인트벤처인 LG-노텔. LG-노텔은 노텔의 UMTS 사업부문 매각으로 인해 졸지에 관련 장비를 알카텔로부터 공급받아야할 처지에 있다. 이에 대해 LG-노텔의 한 관계자는 “노텔 본사에서도 LG-노텔과 관련한 내용을 알카텔과 잘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사업에는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전통적인 통신 장비 강국들이 꾸준히 몸을 섞고 있는 것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한 시장 잠식과 IP 시장에서의 시스코의 영향력 확대를 모두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경우 폭발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자국 내 장비 업체들의 기술력 또한 몰라보게 나아지고 있다. 특히 화웨이의 경우 광전송 장비 부분에서 전통적인 강자였던 루슨트, 알카텔, 노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이더넷 장비 부분에서는 시스코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SK텔레콤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중국의 3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인 TD-SCDMA기술 협력에 합의하고 ‘TD-SCDMA 프로젝트 협력’ 양해 각서를 체결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독자적인 3G 통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TD-SCDMA(시분할 연동코드 분할 다중접속:Time Division-Synchronous CDMA)는 중국 정부가 국제통신연맹(ITU)에 제출한 3세대 이동 통신 표준 규격으로 국제통신연맹(ITU)으로부터 CDMA2000·WCDMA와 함께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으로 인정 받은 바 있다.


에릭슨, 알카텔(루슨트, 노텔 UMTS 사업부), 노키아 등이 몸집을 키우면서 급부상중인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중국 내 독자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정부를 도와주면서 국가 정책 지원이라는 명분을 획득하고, 중국 시장 개척에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그간의 CDMA, EV-DO, HSDPA 등 경쟁력 있는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중국 TD-SCDMA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TD-SCDMA 기술력을 확보 할 수 있게 되어, 중국 컨버전스 분야의 여러 사업 기회에 대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코의 경우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세 덕을 톡톡히 보면서도 시의 적절한 인수 합병으로 후발 장비 사업자들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시스코는 이동 통신 장비는 없지만 관련 시장이 부상할수록 자사의 백본 라우터와 고성능 스위치도 덩달아 팔리기 때문에 손해보는 것이 전혀 없다. 단적으로 국내의 경우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서비스를 위한 기지국 장비들은 삼성전자를 통해 제공받지만 이후 IP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스코의 카탈리스트 6500 시리즈 제품을 대거 구매하고 있다.

와이브로 하나에 올인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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