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셀트리온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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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홀딩스가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사업형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낸다. 자회사 셀트리온 지분을 사들여 수익성과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복안으로 읽힌다. 

자금줄 역할은 메리츠금융그룹이 맡았다. 단순한 조달을 넘어 양사 간 전략적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에선 이번 CB를 두고 '고금리 수익형 투자'냐 '장기 파트너십 신호'냐 해석이 엇갈린다.

 

메리츠그룹, 5000억원 CB 전액 인수 배경은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달 31일 5000억원 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의결했다. 전환권은 2026년 8월4일부터 2030년 7월4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사채 만기일은 2030년 8월4일이다.

눈에 띄는 건 메리츠금융그룹이 전액을 인수한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메리츠증권 2500억원, 메리츠화재해상보험 1500억원, 메리츠캐피탈이 1000억원을 맡았다. 메리츠가 셀트리온홀딩스의 잠재적 주주로 떠오른 셈이다.

이번 CB에는 투자자 보호조항으로 매도청구권과 조기상환청구권이 포함됐다. 셀트리온홀딩스는 결산기 기준 △금융기관 차입금 1조5000억원 이하 △연결 부채비율 55.0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차입금과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7900억원, 30.83% 수준이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를 단순 채권 투자 이상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2018년 셀트리온홀딩스에 5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을 제공한 바 있다. 이번 CB 역시 메리츠그룹이 전액 인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관계 강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전환 가능성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작년 말 기준 셀트리온홀딩스의 자본총계와 발행주식 수는 각각 3조6806억원, 48만1603주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셀트리온홀딩스의 한 주당 장부가치는 약 764만원이다. 이번 전환가는 그보다 3배 높은 2215만5970원으로 책정됐다. 

이자율도 높은 편이다. 해당 딜의 표면이자율은 연 3.3%, 만기이자율은 6% 규모로 통상적인 수준을 웃돈다. 이에 '고금리 대출성 CB' 성격이 높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전환이 이뤄진다면 메리츠 측은 홀딩스 지분 4~5%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사업형 지주사' 전환 시동, 지배력 강화는 덤

이번 조달은 서정진 회장의 '사업형 지주사' 전환 선언과 궤를 같이한다. 서 회장은 지난해 초 셀트리온홀딩스를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체질 개선과 사업 확장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당시 나스닥 입성 후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현재 셀트리온홀딩스의 수익원은 배당과 상표권에 치중돼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302억원, 영업이익은 190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손실은 278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셀트리온으로부터 받은 배당금(238억원)과 상표권(64억원)이 수익의 대부분이었다. 현금성 자산도 189억원에 불과해 사업 확장 자금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실적은 나스닥 상장 등 외형 확대를 공언한 셀트리온홀딩스에 있어 한계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결국 해법은 '지분'이었다. 셀트리온 지분을 매입해 배당 수익을 늘리고, 주가 반등 시 매각 차익으로 M&A 등 사업재편 실탄을 마련하는 구조다. 

이번 전환사채 발행도 그 연장선에 있다. 회사는 조달 목적으로 '타법인 유가증권 취득(2500억원)'과 '기타자금(2500억원)'으로 공시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해당 자금을 활용, 이날부터 9월 5일까지 한달여 간 장내에서 셀트리온 주식 2500억원어치(145만957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매입도 검토해 연내 최대 5000억원까지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번에 매입하는 주식은 최소 1년 이상 보유할 방침이다. 

이번 매입으로 셀트리온홀딩스의 수익 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끝나면 홀딩스가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은 기존 5288만6080주에서 5433만7037주로 증가한다. 셀트리온의 지난해(2023년 결산 기준) 주당 현금배당액은 75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홀딩스의 연간 배당수익은 407억원까지 늘어난다. 작년 배당수익 238억원 대비 70.98% 증가한 수치다.

서정진 회장의 셀트리온 지배력도 강화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서 회장이 지분 98.13%를 보유한 화사로, 현재 셀트리온 지분 22.90%를 가진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29.57%에 달한다. 장내 매입이 완료되면 3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이번에 확보한 주식을 향후 담보나 유동화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당분간은 보유 기조를 유지하고 지배력을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CB 발행은 수익성 개선과 자회사 가치 제고를 위한 셀트리온 주식 매입이 1차 목적"이라며 "그 외 사안은 공시 대상에 해당할 수 있어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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