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작=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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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 등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가운데 상환규정의 모호성이 불확실성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환의무의 주체를 발행인으로 할지, 거래소로 할지에 따라 사업자별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로서 상환의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실무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이원화 모델 등 대안도 제기된다.

 

발행인 vs 거래소…주도권 달라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상환규정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이다. 핵심은 보유한 코인을 동일 가치의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신뢰다. 이를 뒷받침하는 장치가 '상환의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법령은 '상환해야 한다'는 원칙만 제시돼 있다. 발행인이 직접 책임지는지 거래소 환전을 병행할 수 있는지는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것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월2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상환주체를 발행인 중심으로 할지, 거래소 중심으로 할지에 따라 산업 구조가 달라질 것"이라며 "은행을 보유한 카카오는 발행인 상환 모델에서, 거래소를 보유한 네이버 컨소시엄은 거래소 중심 모델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현재 두나무 인수를 추진하며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카카오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뛰어들었다.

 

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9월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시장 제도화를 넘어 세계화로' 토론회 발제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9월26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시장 제도화를 넘어 세계화로' 토론회 발제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미국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의 사례로 보면 기관 발행은 서클이 맡지만, 개인 투자자는 코인베이스를 통해 실시간 상환을 받는다. 코인베이스가 사실상 상환주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서클은 운영수익의 50%를 코인베이스에 지급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규제 당국이 발행인에게 리테일 상환의무를 직접 부과한다면 서클은 이를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은행 인가를 신청한 서클 입장에서는 중앙은행 마스터 계좌를 통해 실시간 상환을 직접 제공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테일 상환의무는 개인 투자자가 발행인에게 직접 코인을 현금으로 교환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입법안 많지만…상환주체 규정 빠져

국회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상환규정을 다룬 여러 입법안이 나와 있다. 다만 현재 국회 입법안들은 상환일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상환주체에 대한 규정은 없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은 상환 청구 시 3영업일 이내 지급을 규정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지급 혁신에 관한 법률안'은 상환 청구 시 10일 이내 지급을 명시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시장통합법'에는 상환 청구 시 5일 이내 지급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입법안 비교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국내 스테이블코인 입법안 비교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업계에서는 해당 규정들이 명시한 상환일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의 강점이 즉시 현금화에 있는 만큼 수일이 걸리는 상환 기간은 여전히 길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A 기업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장점은 실시간 송금·결제인데 상환까지 며칠이 소요된다면 효용이 크게 반감된다"고 말했다.

상환일보다 상환주체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상자산 업계에 정통한 B 변호사는 "거래소를 통한 보조적 상환이 가능하더라도 보유자의 발행인에 대한 청구권과 발행인의 의무는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환주체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없다면 발행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무적 편의를 고려해 상환 방식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C 대학 교수는 "소액은 거래소에서 처리하고, 대규모 상환은 발행사나 전문기관이 맡는 이원화 모델이 적절하다"며 "법안에 상환 방식을 일일이 규정하기보다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같은 기본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D 연구원 관계자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는 결국 상환 보장에 달려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다면 제도권 편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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