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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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 등 주요 그룹이 11월 초중순 조기 인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말∼12월 초 정기 인사 관행이 흔들리면서 올해는 한 달 가까이 빠른 인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 기조 확산, 환율 리스크, 노조법 개정 등 대내외 리스크가 한꺼번에 겹치자 위기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고 세대교체를 앞세워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 ·SK·LG 인사 키워드는 '성과주의·위기관리'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통상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진행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11월 말로 시기를 조금 앞당겼다. 지난해에도 11월29일 총 137명을 승진시키며 2015년 이후 최소 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 불황에도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분명히 했고 신규 임원의 절반 가까이를 1970년대생으로 채워 AI·시스템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에 집중 배치했다.

올해도 삼성 인사는 11월 말 발표가 유력하다. 다만 삼성 내부에서는 11월 중순 인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기술 인재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인사 규모나 시점은 유동적이지만 '젊고 기술에 강한 리더' 중심의 인사라는 큰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SK그룹 인사는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이를 가능성이 크다. 통상 12월 첫째 주 목요일에 맞춰 정기 인사를 단행해온 관행을 깨고 11월 초 조기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배경에는 'CEO 세미나' 일정 변화가 있다. 매년 10월 중하순 열리던 그룹 전략 세미나가 국정감사와 APEC 정상회의 일정과 겹치며 11월 이후로 밀렸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새로운 경영진이 세미나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근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라고 공개 발언한 것도 조기 인사 발표설의 무게를 더한다.

만약 조기 인사가 현실화될 경우 SK는 올해 가장 먼저 인사 포문을 열게 된다. 인사 내용에서는 AI 메모리 호황을 이끈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LG그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1월 말 인사가 유력하다. 구광모 회장이 10월부터 계열사별 내년도 사업 보고를 받기 시작해 11월 중순까지 인사 평가를 마무리하는 일정상 시기를 앞당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LG는 그간 '11월 말 인사·12월 초 조직 개편'이라는 공식 일정을 유지해왔다.

다만 성과 부진 계열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수시 인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9월 정기 인사와 별개로 로레알 출신 이선주 사장을 영입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ABC(AI·바이오·클린테크)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외부 인재 영입을 병행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속되는 대내외 불확실성,  조기 인사로 '새판짜기' 

대기업들이 인사 시계를 앞당기는 배경에는 단순한 일정 조정 이상의 맥락이 깔려 있다. 내년도 경영 전략의 주도권을 조기에 확보하고 불확실성 국면에서 위기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연말 이후 교체라면 새 경영진은 기존 틀 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반면 11월 초중순에 인사를 단행하면 첫 단추부터 예산과 성과평가지표(KPI)를 직접 설계하며 성과의 소유를 분명히 할 수 있다.

또 4분기는 구조조정 비용이나 자산 손상차손을 한꺼번에 반영하기 좋은 빅배스(Big Bath) 구간이다. 새 경영진이 취임 직후 부담을 털어내면 내년 1분기부터는 보다 깨끗한 출발선에서 턴어라운드 서사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시장과 투자자에 '새판짜기' 신호를 주는 효과로 이어진다.

외부 변수도 무겁다. 미국발 고관세와 보호무역주의, 환율 리스크, 국내 노조법 개정 등 외부 리스크가 한꺼번에 겹치는 실정이다. 인사를 앞당기는 것은 곧 리스크 관리 체계와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신호인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인사는 단순한 안정이나 쇄신을 넘어 세대교체·성과주의·위기관리 능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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