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지켜본 이에게는 욕설이 난무한 여야 의원들의 충돌이 가장 강렬하게 각인됐다. 원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살피는 자리였다. 이에 여야 의원 모두 공정한 플랫폼 시장 경쟁과 디지털 이용자 보호를 논하겠다며 구글·애플·넷플릭스·KT·카카오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 인사를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증인 선서 이후 약 20분 만에 싸움을 시작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보낸 '찌질한 놈'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박 의원이 모욕감을 주는 언행이라며 반발하자 여야 의원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삿대질을 해댔다. 목소리 크기 대결처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오후 국감이 시작된 지 약 45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90분이 흘렀다.

 

이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에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 윤상은 기자
이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에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 윤상은 기자

 

아까운 시간 동안 국회의 감시·비판 기능은 사라졌다. 본래 취재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면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실태를 더 면밀히 살필 수 있었다. 구글·넷플릭스의 과도한 요금인상과 세금회피, KT 해킹사고의 책임소재, 카카오의 미성년자 보호 노력을 묻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충돌을 끝내고 이에 대해 질의한들 사람들은 의원들이 내뱉은 욕설을 더 오래 기억할 것이다.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과 이용자 보호 부족은 난제로 남았다. 방미통위의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년 전 구글과 애플에 인앱결제 강제 등 불공정행위에 따른 과징금 680억원을 부과했지만 아직도 집행하지 못했다.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유명무실해지면서 빅테크 플랫폼의 갑질은 지속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해외 빅테크의 세금회피에 대한 사과와 시정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 지난해 구글은 한국 매출을 3869억원으로 신고하고 법인세 172억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실제 매출은 약 11조원, 법인세는 약 6762억원으로 추산됐다.

IT 기업의 이용자 보호 노력도 갈 길이 멀다. KT는 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소액결제 데이터 중 일부를 누락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은 빠르게 제출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찜찜하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편 이후 미성년자 이용자에게도 숏폼 콘텐츠를 노출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가 보호자의 미성년자 인스타그램·틱톡 접근 차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원성이 나온다. 중독유발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우영규 카카오 부사장의 답변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국감장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됐다면 달랐을 것이다. 모든 문제를 국감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없어도 논의를 진전시킬 수는 있다. 적어도 빅테크 갑질 해결 같은 사회적 논의는 더 크게 주목받아야 한다.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국내외 주요 인사를 증인으로 소환할 수 있는 국회의 권위는 건전한 공론을 형성하는 데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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