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사진 제공=토스뱅크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사진 제공=토스뱅크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이 대표가 취임 1년여 만에 8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토스뱅크의 사상 첫 연간 흑자를 이끈 점이 높이 평가되면서다. 특히 그는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대표의 2년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그의 성과는 단연 '흑자전환'이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45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적자의 고리를 끊어냈다. 상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65% 급증한 40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8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자산 규모도 빠르게 확대됐다. 올 2분기 말 기준 총자산은 33조원, 여신잔액은 15조1300억원, 수신잔액은 30조500억원에 달했다. 고객 수는 8월 기준 1343만명을 돌파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수익성 지표도 탄탄하다. 상반기 순이자마진(NIM)은 2.57%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가운데 가장 높으며 시중은행 평균치도 상회한다. 

이 대표가 추진하는 중장기 전략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연임이 전제돼야 한다는 분석이 따른다. 토스뱅크는 4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5년간 △중장년·시니어 고객 전담조직 신설 △자산관리(WM) 사업 확대 △기술표준화 △글로벌 진출 검토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가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필수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토스뱅크는 2월 부동산 시세 제공 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이 대표는 "내년 중 출시를 목표로 하며, 기존과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스뱅크가 주담대를 출시하면 여신 규모가 4조~5조원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토스뱅크의 약점으로 간주되는 건전성 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토스뱅크의 2분기 연체율은 1.20%로 여전히 카카오뱅크(0.52%)와 케이뱅크(0.59%)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이는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포용금융에 나선 토스뱅크가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지 않아 대출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 등에 기인한다.

토스뱅크의 순이익 및 연체율 추이 /그래픽=류수재 기자
토스뱅크의 순이익 및 연체율 추이 /그래픽=류수재 기자

실제로 토스뱅크의 2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잔액 기준 35.0%, 신규 취급액 기준 50.2%로 카카오뱅크(33.1%, 49.4%), 케이뱅크(34.4%, 38.2%)와 비교해 가장 높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 연간 신용대출 총량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토스뱅크가 내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면 여신 포트폴리오의 질이 개선돼 위험조정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며 "포용금융을 확대하면서도 수익원 다변화 등을 바탕으로 건전성 제고와 외형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토스뱅크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핵심 계열사로 향후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검증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IPO를 앞두고 리더를 교체할 경우 시장에 불안정과 불확실성이라는 부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전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배구조법 관련 규정을 준수하며 적절한 시기에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주담대, 기업뱅킹, 외환송금, 시니어 대상 서비스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서비스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HSBC 홍콩 아시아태평양본부에서 16개국 상업은행 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으며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런던 비즈니스스쿨, 홍콩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고 미국공인회계사(AICPA),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국제재무리스크관리사(FRM)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숫자가 전략을 보여준다'는 경영철학으로 데이터 기반의 냉철한 의사결정을 중시한다. 또 감각이나 직관보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끄는 글로벌 금융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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